모파상중단편전집 01 - 메종 텔리에 03
UNE PARTIE DE CAMPAGNE
페트로니유(Pétronille, 성녀의 이름. 5월 31일이 기념일이다-역자 주)라 불리는 뒤푸르(Dufour) 부인의 생일에는 파리 근교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가족들은 5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이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당일 아침에는 아주 일찍 일어났다.
뒤푸르 씨는 우유 배달부에게 마차를 빌려 직접 몰았다. 이 이륜마차가 또 아주 근사했다. 지붕도 있었다.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철제 기둥에는 커튼이 달려 있었는데,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말아 올리기로 했다. 다만 뒤쪽의 커튼만은 바람에 깃발처럼 펼쳐져 펄럭이고 있다. 아내는 보기 드문 체리 색 실크 드레스로 활짝 피어나 남편과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두 개의 의자에는 나이 든 할머니와 젊은 아가씨가 앉아있다. 또 한 명, 자리가 없어 맨 끝에 웅크리고 앉는 바람에 머리만 나와 있는 젊은 남자의 노란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샹젤리제 거리를 따라가다 마이요(Maillot) 문에서 성벽을 통과하자 서서히 근교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뇌이(Neuilly) 다리에 도착하자 뒤푸르 씨가 말했다.
“자아, 드디어 시골이다!”
이것을 신호로 아내는 벌써 자연의 풍경에 살짝 취한다.
쿠르브부아(Courbevoie) 원형 교차로에서 그들은 지평선이 이렇게 멀리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오른쪽으로 멀리에 교회 첨탑이 높이 솟아있는 아르장퇴유(Argenteuil) 마을이 있다. 그 위로 작은 언덕들과 오르주몽(Orgemont)의 풍차가 나타난다. 왼쪽에는 맑은 아침 하늘을 배경으로 마를리(Marly) 성의 수로가 또렷이 떠오르고 더 멀리에 생제르맹(Saint-Germain)의 대지도 보인다. 또 앞쪽으로 넘실넘실 이어진 구릉 끝부분의 땅이 패어 있는 곳은 코르메이유(Cormeilles)의 새로운 요새일 것이다. 들판을 넘어 마을을 넘어 그 무시무시한 은신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였다.
태양은 벌써 얼굴을 불태우며 내리쬐고 있었다. 자욱한 먼지가 눈 앞을 가리고 길 양쪽에는 헐벗고 더럽고 냄새나는 시골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무너지고 버려진 건물의 잔해와 청부업자의 미납으로 공사가 중단된 오두막이 지붕 없이 사면 벽만 세워진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어 누군가는 문둥병이 집까지 갉아먹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멀리 여기저기에 공장의 기다란 굴뚝이 이 메마른 땅에서 자라나 있었다. 그것이 이 썩은 토양의 유일한 초목인 것 같았다. 게다가 봄바람은 석유나 혈암(頁巖) 냄새와 함께 그보다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다른 냄새를 싣고 오는 것이다.
마침내 일행은 또 한 번 센 강을 건넜다. 다리 위는 장관이었다. 강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태양이 강물을 빨아들이는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공장의 검은 연기와 쓰레기 더미의 악취를 쓸어버리지는 못했지만 한결 깨끗한 공기를 마시자 일동은 되살아난 듯한 상쾌함을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곳의 이름을 말했다. 브종(Bezons)이라고 했다.
마차가 멈추었다. 뒤푸르 씨는 그 부근에 있는 값싼 식당의 야단스러운 간판을 읽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풀레(Poulin. 망아지-역자 주), 생선과 튀김, 단체석, 야외석, 그네 완비. 어때! 어머니, 여기 괜찮아요? 그냥 여기로 하죠?”
이번에는 아내가 읽었다.
“레스토랑 풀레, 생선과 튀김, 단체석, 야외석, 그네 완비.”
그녀는 그 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길가에 지은,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시골 여관이었다. 열린 문으로는 아연으로 도금된 반짝이는 카운터가 보였다. 그 앞에 화려한 옷을 입은 직공 두 명이 있었다.
뒤푸르 부인은 겨우 결심을 굳혔다.
“여기로 하죠. 전망도 좋고.”
마차는 키 큰 나무가 무성한 넓은 들판으로 들어갔다. 들판은 여관 뒤편까지 이어져 있고 견인차로만 건너면 바로 센 강이었다.
모두 마차에서 내렸다. 남편이 먼저 뛰어내려 아내를 도와주려고 양손을 내밀었다. 두 개의 쇠막대기로 지탱하고 있는 발판이 조금 멀리 있어 뒤푸르 부인이 거기까지 발을 뻗자 당연히 한쪽 다리가 드러나 버렸는데, 허벅지부터 아래까지 살이 올라 지금은 젊을 때 같은 원시적인 매력이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 전부터 시골 기분에 젖어있는 뒤푸르 씨는 그 장딴지를 꽉 쥐고 양팔로 안고는 마치 무거운 짐이나 되는 것처럼 털썩 땅에 내려놓았다.
아내는 화려한 실크 드레스를 두드려 먼지를 털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나이는 서른여섯, 풍만하고 육감적인 한창나이의 여자였다. 그녀가 너무 꽉 죄는 코르셋 때문에 괴롭게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립의 압력은 풍만한 가슴의 파들거리는 덩어리를 이중 턱까지 밀어 올렸다.
이어서 젊은 여자가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얹고 혼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노랑머리 젊은 남자는 마차 바퀴에 발을 대고 내려왔는데, 뒤푸르 씨와 함께 할머니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차에서 말을 풀어 나무에 묶고 마차는 앞쪽을 아래로 해서 땅에 닿게 두었다. 남자들은 윗옷을 벗고 양동이의 물로 손을 씻고 벌써 그네를 타고 있는 여자들과 합류했다.
뒤푸르 양은 그네 위에 서서 혼자서 그네를 굴려보려 했지만 생각만큼 높이 올라가지 않았다. 열여덟, 열아홉의 아름다운 아가씨로 거리에서 이런 여자를 만나면 금세 욕망에 사로잡혀 끝내는 멈출 줄 모르는 설렘과 오감의 격동으로 밤에 쉽게 잠들 수 없을 것이다. 키가 크고 가는 몸매에 엉덩이도 넓다. 옅은 갈색 피부에 눈은 크고 아주 검은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녀가 그네를 굴리려고 허리에 힘을 줄 때마다 특히 강조되는 그 탄력 있는 육체를 그녀의 드레스가 그대로 그려내 보여준다. 머리 위로 양팔을 뻗어 줄을 잡고 있어서 그네를 굴려도 그녀의 가슴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서 있다. 모자는 바람에 날려 뒤에 떨어져 있었다. 그네는 점점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네가 뒤로 올라갔다 돌아올 때마다 가느다란 다리가 무릎까지 보이며 치맛자락에서 이는 바람이 싱글싱글 웃으며 보고 있는 두 남자의 코끝에 포도주 향기보다 더 진한 여운을 남겼다.
뒤푸르 부인은 다른 그네에 앉아 계속해서 단조로운 음성으로 호소했다.
“시프리앵(Cyprien), 이리 와 밀어줘요. 밀어달라니까요, 시프리앵!”
결국 그는 거기에 가서 큰일이라도 시작하는 것처럼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어렵사리 그녀를 밀어주었다.
밧줄에 매달린 채 그녀는 발이 땅에 닿지 않도록 양다리를 쭉 뻗고 있었다. 그네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녀의 몸은 접시 위의 젤리처럼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나 흔들리는 그네의 폭이 커지자 그녀는 어지러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네가 내려갈 때마다 끼이끼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무슨 일이가 하고 동네 아이들이 달려왔다. 그녀에게는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정원 울타리 너머로 어렴풋이 보였다.
종업원이 와서 점심을 주문했다. 뒤푸르 부인은 거드럭거리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센 강의 생선튀김, 토끼 볶음, 샐러드, 그리고 디저트로 과일.”
이어서 남편이 말했다.
“사이다 두 병하고 보르도주 한 병 부탁합니다.”
딸이 덧붙였다.
“우리, 풀밭에서 먹을 거예요.”
이 집의 고양이를 한 번 보고 애정을 느낀 할머니는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며 10분이나 쫓아다녔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고양이도 틀림없이 이 관심이 속으로는 좋았던지 항상 할머니의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있었다. 하지만 절대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기쁜 듯 야옹거리며 꼬리를 세우고 나무 주위를 천천히 걷거나 나무에 몸을 비비거나 했다.
“이야! 여기 멋진 배가 있어요.”
조금 전부터 근처를 쏘다니고 있던 노랑머리 청년이 느닷없이 얄망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동은 보러 갔다. 작은 목조 창고 안에 온갖 사치를 다 부린 가구처럼 정성 들여 만든 멋진 애호가용 보트 두 척이 매여 있었다. 잘 닦아놓은 가는 몸체는 키가 크고 날씬한 두 처녀처럼 나란히 누워 있었다. 아름다운 봄 밤, 혹은 맑은 여름 아침, 물 위를 달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배였다. 나무들이 가지를 물에 푹 담그고 갈대들이 언제까지나 떠들어대고 물총새가 파란 섬광처럼 날아오르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그런 언덕 구석구석으로 노를 저어 가고 싶어지는 배였다.
일가족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 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 이건 정말 멋진걸.”
뒤푸르 씨가 진지하게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 아는 척하며, 보트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기를, 그 자신도 젊을 때는 보트를 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솜씨를 발휘하면-하고 그는 노를 젓는 시늉을 하고-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주앵빌(Joinville)에서 혼쭐을 내준 영국인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노를 고정하는 두 개의 받침을 가리키는 ‘담(dames. 여자-역자 주)’이라는 단어에서 끌어와, 노를 젓는 사람은 정당한 이유로 여자 없이는 외출하지 않는다는 농담을 던졌다. 말에 점점 열기를 더해, 이 정도 보트라면 한 시간에 6리이에(lieue. 예전의 거리 단위(약 4km)-역자 주)는 갈 수 있다고 고집스럽게 내기를 제안했다.
“준비됐습니다.”
종업원이 입구에 와서 말했다. 모두 서둘러 달려갔다. 그런데 처음부터 뒤푸르 부인이 자기가 앉으려고 속으로 정해둔 가장 좋은 자리를 어느새 두 젊은이가 점령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보트 타는 사람의 복장을 한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그 보트의 주인일 것이다.
그들은 거의 누운 자세로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얼굴은 햇볕에 그을어 새까맸다. 하얗고 얇은 무명 러닝셔츠가 가슴을 가리고 있을 뿐이어서 대장장이처럼 튼튼한 팔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 건장한 사내였는데, 그 몸놀림에는 운동으로 얻은 팔다리의 탄력적인 아름다움이 있어 노동자들이 늘 같은 고역으로 얻은 볼품없는 몸과는 너무나 달랐다.
청년들은 어머니를 보자 재빨리 미소를 주고받았다. 이어서 딸을 보자 이번에는 눈빛을 교환했다.
“자리를 양보하자. 그럼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한 사람이 말하자 다른 한 사람이 재빨리 일어섰다. 그리고 반쯤은 빨갛고 반쯤은 검은 창 없는 모자를 손에 든 채 정원에서 유일하게 그늘이 진 장소를 부인들에게 양보하겠다고 은근히 제안했다. 일가는 미안하다며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더욱 시골 분위기를 내기 위해 테이블도 의자도 마다하고 풀 위에 직접 앉았다.
두 청년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신들의 음식을 옮겨, 먹기 시작했다. 드러난 그들의 팔은 좋든 싫든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젊은 아가씨의 눈에는 너무나 거슬렸다. 그녀는 애써 외면하며 보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더 과감한 뒤푸르 부인은 아마도 욕정일 수도 있는 여자의 호기심에 이끌려 남몰래 남편의 몸과 비교하며 끌리는 듯 청년들을 말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재단사처럼 양다리를 굽혀 풀 위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는데 개미들이 어디선가 몰려들었다며 끊임없이 뭉그적거리고 있었다. 뒤푸르 씨는 모르는 남자들이 허물없이 끼어든 것이 불쾌했던지 어디 좋은 곳은 없나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노랑머리 청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아귀처럼 우걱우걱 밥을 먹고 있다.
“날씨가 아주 좋아요.”
뚱뚱한 여자가 보트 타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자리를 양보해 주어 붙임성 있게 대하고 싶었던 것이다. 청년이 대답했다.
“예, 부인. 시골에는 자주 나오십니까?”
“글쎄요. 일 년에 고작 한두 번이죠, 뭐.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그런데 당신은?”
“매일 밤 자러 옵니다.”
“어머! 얼마나 재밌을까요.”
“그럼요. 재미있고말고요. 부인.”
그리고 그 청년은 자신의 일상을 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평소에 신록을 접하지도 못하고 교외에도 나가지 못하며 일 년 내내 어둑한 카운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도시 사람은 늘 동경해 마지않던 시골이 괜스레 사랑스러워져 견딜 수가 없었다.
젊은 여자도 끌려 들어가 눈을 크게 뜨고 보트 타는 사람을 보았다. 뒤푸르 씨도 처음으로 말했다.
“정말 좋겠군요.”
그리고 덧붙였다.
“여보, 토끼를 좀 더 시킬까?”
“아니, 괜찮아요, 여보.”
그녀는 다시 청년들 쪽을 향하더니 그들의 팔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가지고 춥지 않아요?”
그 말에 두 사람 모두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트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또 밤안개 속에서 노를 저어야만 하는 일 등을 말해 일가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가슴을 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알려주었다.
“흠! 역시 튼튼하군요.”
남편은 말했지만, 영국인을 혼쭐냈을 때의 일 같은 것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젊은 여자도 드디어 곁눈질로 두 사람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노랑머리 청년은 어지간히 마셨던지 심하게 기침을 해 주인아주머니의 벚꽃무늬 실크 드레스에 침이 튀었다. 화도 내지 못하고 있는 주인아주머니의 옷에 묻은 얼룩을 닦으려고 청년은 곧바로 물을 가지러 갔다.
그럭저럭하는 사이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마치 작열하는 항아리 같았다. 더구나 마침내 술의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뒤푸르 씨는 조금 전부터 딸꾹질을 심하게 해 조끼와 바지의 단추를 풀었다. 그것을 보고 아내도 숨이 막힌 듯 옷의 호크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견습생은 기분이 좋아져 삼단 같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한 잔 또 한 잔, 계속 마셨다. 할머니도 취기가 돈 듯 몸을 뻣뻣하게 굳히고 신기한 몸짓을 하고 있었다. 젊은 여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저 눈만 희미하게 빛날 뿐이었다. 그리고 짙은 갈색 피부는 뺨만 장미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커피로 식사는 끝났다. 그리고 노래나 부르자는 말이 나와 각자 잘하는 소절을 부르니 다른 사람들은 힘껏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었다. 그리고 일동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멍해져 버린 두 여자가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두 남자는 만취 상태로 계속 체조를 했다. 곤드레만드레 몸은 나른하고 얼굴은 달아오르고 철봉에 어색하게 매달려 보아도 위로 올라갈 리가 없었다. 셔츠는 언제라도 바지에서 비어져 나와 깃발처럼 펄럭이려 하고 있다.
그 사이 보트 타는 사람들은 보트를 물에 넣었는데, 돌아와서 정중하게 두 여자에게 뱃놀이를 제안했다.
“여보, 괜찮죠?”
아내가 큰 소리로 물었다. 남편은 취기 어린 눈으로 몽롱하게 아내를 보기는 했지만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보트 타는 사람 중 하나가 낚싯대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망둥이낚시라면 파리 상인의 로망이자 이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호인의 게슴츠레한 눈이 순간 반짝이더니 여자들이 말하는 대로 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다리 밑의 그늘에 자리를 잡더니 강물 위로 양다리를 늘어뜨렸다. 옆에는 노랑머리 청년이 있었지만, 그는 바로 쿨쿨 잠들어 버렸다.
보트 타는 사람 중 한 명이 다가왔다. 그는 어머니를 데려갔다. 그는 멀어져가며 소리쳤다.
“영국인 섬(브종 바로 하류에 있는 생마르탱(Saint-Martin) 섬(오늘날 샤투(Chatou) 섬과 통합)의 다른 이름. 북쪽 끝에는 라 모른느(La Morne) 댐이 있었다-역자 주)의 작은 숲이야!”
다른 보트 한 척은 더 천천히 갔다. 노를 젓는 사람은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는 듯 넋을 잃고 같이 있는 여자를 보고 있었다. 그는 흥분에 사로잡혀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조타수 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는 물 위를 활주하는 상쾌한 기분에 사로잡혀 그저 황홀하기만 했다. 그녀는 일종의 도취에 빠진 듯 생각할 힘도 없고 팔다리도 느른하고 그대로 자신을 완전히 던져버리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숨도 가빠지고 얼굴도 상기되어 새빨개졌다. 그녀를 둘러싼 된더위에 취기가 더 올라와, 언덕의 나무들이 하나하나 자신에게 인사하며 멀어져가는 것 같았다. 쾌락을 구하는 막연한 욕망이 끓어오르는 피가 되어 한낮의 더위에 자극받은 육체 속을 돌아다녔다. 게다가 이 불타는 하늘 아래,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광막한 물 위 한가운데에 단둘이서만 마주 보고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어지러웠다. 젊은 남자는 그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그 눈은 그녀의 피부에 키스하고 그 욕망은 햇빛처럼 따끔따끔 오감을 찌른다.
서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두 사람의 열정을 부추겼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청년이 먼저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앙리에트(Henriette).” 그녀가 말했다. “이야! 제 이름도 앙리(Henri)예요.” 그도 말했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자 두 사람은 안심했다. 처음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도착할 강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보트는 멈춰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보트에 탄 청년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숲에서 만나자. 우리는 로빈슨(Robinson)까지 가. 부인이 목마르다고 하셔서.”
그리고 노를 저어, 배는 점점 멀어지더니 곧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때 한동안 막연하게 들려오던 끊임없는 굉음이 갑자기 빠르게 다가왔다. 그 무거운 소리는 강바닥에서 일기라도 한 것인지 강 자체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저게 무슨 소릴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것은 섬의 끝, 강을 가로막고 있는 보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폭포 소리에 섞여 아주 먼 곳에서 울고 있는 듯한 새의 지저귐이 문득 들려왔다.
“오오, 나이팅게일(rossignol. 밤꾀꼬리)이 한낮에도 울고 있어요. 그건 암컷이 알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죠.”
아아, 나이팅게일이라니! 이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그녀는 여태까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에는 시적인 감성이 어렴풋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나이팅게일! 그것은 줄리엣이 발코니에서의 밀회에 불러낸 보이지 않는 증인이 아닌가. 사랑하는 남녀의 키스에 동조하는 천상의 음악이 아닌가. 연약한 소녀들의 순진한 마음에 푸른 이상을 열어주는 쓸쓸한 로맨스의 영원한 동조자가 아닌가.
그 나이팅게일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리를 내지 마세요.” 남자가 말했다. “숲으로 내려가면 바로 옆에까지 가서 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보트는 미끄러지듯 달린다. 섬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야트막한 언덕, 깊은 숲속까지 한눈에 보인다. 보트가 멈췄다. 보트를 묶었다. 앙리에트는 앙리의 팔에 기대어 나뭇가지를 헤치고 들어갔다. “여기 보세요.” 하고 그가 말했다. 그녀는 몸을 굽혔다. 두 사람은 칡넝쿨과 나뭇잎, 갈대가 얽히고설킨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더할 나위 없는 은신처였다. 청년은 ‘나의 밀실’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머리 바로 위,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나무 중 하나에 자리 잡은 그 새는 여전히 지저귀고 있다. 새가 트릴(trilles. 떨리는 소리로 부르는 노래-역자 주)과 룰라드(roulades. 두 음 사이의 빠르고 연속적인 장식음-역자 주)를 읊조리자, 그 소리는 하늘 가득 울려 퍼진다. 주위를 제압하고 있는 한낮의 침묵 속을 강을 따라, 들판을 넘어, 지평선 저 멀리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가까이 앉아 있었지만 새가 겁을 먹고 날아갈까봐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앙리의 팔이 부드럽게 앙리에트의 허리를 감싸더니 가볍게 끌어안았다. 그녀는 별로 화도 내지 않고 이 대담한 손을 눌렀다. 그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녀는 계속 뒤로 물러났지만 이 포옹이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듯이 그가 다가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황홀경에 빠져 새 소리를 듣고 있다. 행복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느꼈다. 문득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몸속에서 꿈틀댄다. 시를 느낀 것 같았다. 신경도 마음도 풀어져 가라앉고 그저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났다. 청년은 그녀를 꼭 껴안고 있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할 기력도 없어 그를 밀어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멀리서 “앙리에트!”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답하지 말아요. 새가 도망가니까.”
그녀도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뒤푸르 부인도 어딘가에 앉아있을 것이다. 아마 다른 보트 타는 사람이 괴롭히고 있는 듯 가끔 짧게 소리치는 뚱뚱한 여자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젊은 여자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한 감각에 꿰뚫려 피부는 후끈 달아오르고 몸 곳곳이 알 수 없는 간지럼으로 인해 아팠다. 앙리의 머리는 그녀의 어깨 위에 있었다. 갑자기 그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녀는 맹렬하게 반항했다. 그것을 피하려고 뒤로 손을 짚었다. 그러나 그는 온몸으로 그녀를 덮쳤다. 그는 도망치려는 그녀의 입술을 집요하게 쫓다가 마침내 그것을 만나자, 자신의 입을 붙였다. 그러자 그녀도 엄청난 욕망에 불타올라 상대를 가슴에 끌어안으며 키스했다. 그녀의 모든 저항력은 너무나 무거운 무게에 짓눌려 무너져 버렸다.
주위는 조용했다. 새는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사랑을 갈구하는 듯한 애달픈 음조를 세 번 읊조리더니 잠시 사이를 두고 이번에는 약한 목소리로 아주 완만한 변조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나뭇잎이 속삭인다. 그러자 숲의 깊숙한 곳에서 두 개의 뜨거운 한숨이 나이팅게일의 노래와 나무의 가벼운 숨결에 뒤섞인다.
새에게 취기가 돌자, 그 목소리는 불길이 퍼지듯 정열이 항진하듯 서서히 속도를 더해가 나무그림자의 키스 소리에 동화된 것 같았다. 마침내 새의 목소리는 알게 모르게 거칠어졌다. 긴 기절을 생각게 하는 가락이 있고 격하게 경련하고 있는 듯한 구절이 있었다.
가끔 잠깐 쉬다가 두세 번 가벼운 소리를 낸 뒤 갑자기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더니 뚝 멈춘다. 그러더니 미친 듯한 음률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격동하며 터져 나오는 소리에 이어 격렬한 사랑의 노래처럼 승리의 외침으로 끝이 난다.
새는 갑자기 노래를 멈추었다. 아래에서 영혼이 사라져 버린 듯한 깊은 신음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한동안 계속되다가 흐느끼는 소리로 끝났다.
녹음 속의 침대에서 나왔을 때 그들 두 사람의 얼굴은 아주 창백했다. 푸른 하늘도 어두워 보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도 그들의 눈에서는 사라져 버렸다. 그들은 불현듯 고독과 침묵을 알게 되었다. 나란히 빨리 걸었지만, 말도 하지 않고 손도 잡지 않았다. 왠지 자신들이 화해할 수 없는 적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혐오가 두 사람의 몸 사이에 생기고 증오가 두 사람의 마음 사이에 생긴 것처럼.
“엄마!”
앙리에트는 갑자기 생각난 듯 소리쳤다.
난데없이 덤불 아래에서 소리가 들렸다. 앙리는 얼핏 본 것 같았다. 누군가 하얀 치맛단을 서둘러 살찐 장딴지로 내린 것 같았다. 그리고 뚱뚱한 여자가 나타났다. 조금 당황한 듯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눈은 빛나고 가슴은 들떠있었다. 아마 함께 온 남자와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 청년은 어지간히도 이상한 것을 본 것처럼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고 있었다.
뒤푸르 부인은 부드럽게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일동은 보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앙리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젊은 여자와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강제로 하는 키스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드디어 브종으로 돌아왔다.
뒤푸르 씨는 술이 깨어 기다리고 있었다. 노랑머리 젊은이는 여관을 떠나기 전에 서둘러 가벼운 식사를 했다. 마차는 마당에 준비되어 있었다. 벌써 그 안에 들어가 있는 할머니는 파리 근교는 안전하지 못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들판에서 밤을 맞지나 않을까 그것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모두 악수를 했다. 이렇게 뒤푸르 일가는 떠났다. “안녕”, 하고 배를 타는 사람들이 소리쳤다. 한숨과 눈물이 그들에게 대답했다.
두 달 후, 마르티르(Martyrs) 거리를 걷고 있던 앙리는 어느 문 앞에서 ‘뒤루프 철물점’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전의 그 뚱뚱한 여자가 카운터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로 알아보았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후 그는 그 후의 소식을 물었다.
“그리고, 앙리에트 씨는 어떻게 지냅니까?”
“아, 고마워요. 아주 잘 지내요. 그 아이도 결혼을 했어요.”
“아……!”
놀라움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는 덧붙였다.
“그런데…… 누구와?”
“아시죠, 왜. 그때 같이 갔던 젊은 청년. 그 사람이 우리 뒤를 잊게 되어서.”
“예, 그랬군요.”
그는 왠지 모르게 슬퍼져서 일어나려 했다.
그런 그를 뒤푸르 부인이 불러 세웠다.
“그런데, 그 친구분은?”
그녀는 수줍게 말했다.
“잘 있습니다.”
“안부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쪽으로 나올 일이 있으면 들러달라고…….”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게 해준다면 전, 정말 기쁠 거라고, 놓치지 않을 거라고 전해주세요.”
“예, 꼭 전해주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아니요…… 곧 또 봐요!”
이듬해, 몹시도 더운 일요일, 앙리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그날의 일이 문득 세세한 것까지 떠올랐다. 그 너무나도 또렷한 기억에 참지 못하고 그는 그 숲의 밀실로 혼자서 가보았다.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슬픈 표정으로 풀 위에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그 옆에는 여전히 윗옷을 벗고, 지금은 남편이 된 그 노랑머리 청년이 마치 바보처럼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앙리를 보자 창백해져 기절할 것처럼 보였다. 얼마 안 있어 두 사람은 자기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이곳을 아주 좋아하고 또 추억을 떠올리며 일요일에는 자주 여기에 온다고 말하자 그녀는 청년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매일 밤 여기를 생각해요.”
“어이, 이제 가지. 이제 슬슬 가야 할 시간이야.”
그녀의 남편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