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 중단편 전집 01 - 메종 텔리에 04
정오를 알리는 종소리가 막 끝나려는 참이었다. 교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앞을 다투어 옥시글거리며 달려 나왔다. 하지만 평소처럼 바로 흩어져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려 하지 않고 조금 걸어가서는 멈춰서 몇 개의 무리를 이루어 소곤소곤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두 그날 아침 브랑쇼트의 아들 시몽이 처음으로 학교에 왔기 때문이다.
브랑쇼트에 대한 소문은 집에서 들어 모두 알고 있었다. 엄마들은 공석에서는 그녀를 사근사근하게 대했지만,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다소 경멸을 담아 일종의 동정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그것이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시몽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결코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마을의 거리나 강가를 돌아다니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몽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한 개구쟁이 아이가,
“그거 알아…… 시몽…… 그놈 아빠가 없대.”
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깜짝 놀랐지만, 일종의 기쁨을 느끼며 이 말을 서로에게 되뇌었다. 이 개구쟁이는 열너덧 살 되는 남자아이였는데 뭔가 속 깊은 이유를 알고 있는 듯 능글맞게 눈을 깜박거렸다.
거기에, 브랑쇼트의 아들이 교사 입구에 나타났다.
일고여덟 살의 얼굴이 조금 창백하고 옷차림이 말쑥한 아이였는데, 겁이 많은 듯 거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엄마에게 돌아가려 하자 반 친구 무리가 여전히 서로 속닥거리며, 그리고 못된 일을 꾸미려는 아이들 특유의 심술궂고 잔혹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를 점점 둘러싸고, 끝내는 완전해 에워싸 버렸다.
그는 아이들 한가운데 못 박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른 채 깜짝 놀라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뉴스를 들고나온 개구쟁이는 벌써 일이 성공한 것에 의기양양해 그에게 물었다.
“너 이름은 뭐라고 하니?”
“시몽”하고 그는 대답했다.
“시몽, 뭐?”하고 상대는 다시 물었다.
“시몽”하고 그는 아주 난처한 표정으로 반복했다.
그러자 개구쟁이는 소리쳤다.
“시몽, 뭐라고 할 거 아냐, 시몽만으로는 이름이 안 돼.”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세 번째로 반복했다.
“시몽이라고 해.”
악동들은 와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승리감에 들뜬 개구쟁이는 목소리를 높였다.
“어때, 모두 알겠지? 얜 아빠가 없어.”
주위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이 이상한, 있을 수 없는 괴물—즉, 아빠가 없는 아이—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뭔가 이상한 것, 자연 외의 존재물이라도 본 듯이 그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엄마들의 브랑쇼트에 대한 경멸이 마음속에 크게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시몽은 쓰러지지 않도록 나무에 기대었다. 돌이킬 수 없는 재난에 큰 타격을 입은 듯 가만히 있었다. 뭔가 변명을 하려 했다. 하지만 아빠가 없다고 하는 이 무서운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대답은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었다. 드디어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소리쳤다.
“아빠, 있어.”
“어디?” 하고 개구쟁이가 물었다.
시몽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몰랐다. 아이들은 일제히 놀려대며 웃었다. 동물에 가까운 이들 농부의 아이들은 한 마리가 상처를 입으면 달려들어 그것을 죽이려는 암탉의 무리처럼 잔혹한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시몽은 갑자기 곁에 과부의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엄마와 둘이서만 있는 것을 그는 보아왔다.
“너도 아빠가 없잖아.”
“그렇지 않아. 있어.”
“어디?” 하고 시몽은 되물었다.
“죽었어.” 하고 아이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무덤에 있어. 우리 아빠는.”
그래, 그래, 라고 하는 속삭임이 악동들 사이에 일었다. 마치 죽은 아빠가 무덤에 있다는 것이 이 소년을, 아빠가 전혀 없는 상대를 깔아뭉개버릴 정도로 커다란 존재로 만든 것처럼 생각된 것이었다. 대부분 심술쟁이에, 주정뱅이에, 도둑질을 하거나 아내를 학대하는 아빠를 가진 이들 악동은 밀치락달치락하며 점점 포위를 좁혀왔다. 정식 아빠를 가진 그들은 마치 법도에서 비켜나간 아이를 깔아뭉개 질식시키기라도 하는 듯했다.
갑자기 시몽의 정면에 있던 한 명이 짓궂게 혀를 내밀고 소리쳤다.
“아비 없는 자식, 아비 없는 자식!”
시몽은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잡고 양발을 연거푸 차면서 볼을 덥석 물었다. 끔찍한 격투가 시작되었다. 악동들은 둘을 떼어놓고는 시몽을 때리고 할퀴어 상처를 입히고 땅에 쓰러뜨렸다. 주위의 악동들은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그가 먼지투성이가 된 작은 윗옷을 탁탁 털고 일어나자, 누군가 소리쳤다.
“가서 아빠한테 일러봐.”
그 말을 듣자, 그는 가슴이 와그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모두 시몽보다 강해서 그를 때렸다. 그는 그들에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것은 아빠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존심 때문에 그는 꾹 참고 몇 초 동안 목구멍을 꽉 죄어오는 눈물과 싸웠다. 숨이 막혔다. 끝내 소리를 죽이고 격하게 몸을 떨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은 잔혹한 기쁨으로 들끓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쳐 날뛰는 야만인처럼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그의 주위에 원을 만들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래의 후렴구처럼,
“아비 없는 자식, 아비 없는 자식!”하고 반복했다.
하지만 시몽은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 분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발아래에 돌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주워 힘껏 자신을 놀리는 놈들에게 던졌다. 두 명인가 세 명인가가 돌에 맞아 울며 도망쳤다. 그의 형상이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에 모두 공포에 휩싸였다. 일단 무서운 생각이 들자, 격노한 남자를 앞에 둔 군중들처럼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혼자 남게 되자 아빠 없는 아이는 들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한 가지 일이 생각나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는 강에 몸을 던질 생각이었다.
일주일 정도 전에 걸식하던 부랑자가 돈 때문에 몸을 던진 것을 그는 생각해 낸 것이었다. 시몽은 그 시체가 인양되는 것을 보았다. 그때 그는 평소에는 한심하고 더럽고 추잡한 놈이라고 생각한 이 가련한 남자의 창백한 볼, 물에 젖은 긴 턱수염, 조용히 크게 뜬 양 눈 등이 너무나도 온화한 모습이어서 감명을 받았다. 주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결국 죽었군.”—그러자 누군가가 덧붙였다—. “이걸로 그도 행복할 거야.”—그래서 시몽도 몸을 던질 결심을 한 것이다. 이 걸인에게 돈이 없었던 것처럼 그에게는 아빠가 없었다.
그는 강가까지 와서 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고기 몇 마리가 맑은 물결 속에서 거침없이 희롱거리며 헤엄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푱하고 뛰어올라 수면 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벌레를 먹었다. 그는 울음을 그치고 그것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모양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가끔, 마침 폭풍이 잠시 멎었을 때 갑자기 나무들을 흔들어 놓고 지평선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나는 아빠가 없어서 몸을 던지는 거야”라는 생각이 날카로운 고통과 함께 되살아났다.
따뜻한, 아주 좋은 날씨였다. 부드러운 태양이 들판의 초목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강은 거울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시몽은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울고 난 뒤에 오는 나른함에 그대로 따뜻한 햇볕을 쬐며 풀 위에서 잠들어 버리고 싶어졌다.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발아래서 뛰어올랐다. 그는 그것을 잡으려 했다. 개구리는 도망쳤다. 그는 그것을 좇아 잡으려다 세 번이나 놓쳐버렸다. 겨우 뒷다리를 잡자 도망치려고 있는 힘껏 몸부림치는 개구리를 보고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개구리는 뒷다리 위에 몸을 굽히더니 갑자기 온몸을 쭉 뻗더니 뒷다리 두 개를 나무막대처럼 경직시켰다. 그리고 금색 원으로 둘러싸인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다리를 마치 손처럼 파닥파닥 움직였다. 그것을 보고 그는 가는 나뭇가지를 지그재그로 못 박은 장난감을 생각했다. 그것을 이렇게 움직이면 그 위에 선 작은 병사가 으쌰, 으쌰, 하고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집과 그리고 엄마가 생각나 공연히 슬퍼져 다시 울기 시작했다. 손발이 떨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꼭 잠자기 전에 하는 것처럼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끝까지 기도할 수 없었다. 흐느낌이 갑자기 격해져서 온몸을 흔들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또 주위의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그저 우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갑자기 무거운 손이 어깨에 걸리더니 굵은 목소리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슬픈가, 꼬마야?”
시몽은 돌아보았다. 머리와 수염이 검고 곱슬곱슬한 키 큰 대장장이가 사람 좋은 모습으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고 목멘 소리로 대답했다.
“맞았어요…… 난, 난…… 아빠가…… 아빠가 없으니까…….”
“왜?” 하고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구나 아빠는 있잖아.”
아이는 슬픔에 흑흑 흐느끼며 겨우 대답했다.
“하지만, 난…… 난 없어요…….”
그러자 대장장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는 브랑쇼트의 아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온 지 아직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소문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자아” 하고 그는 말했다. “이제 뚝 그쳐, 꼬마야. 나와 같이 엄마한테 가자. 곧 생길 거야, 아빠 같은 건…….”
두 사람은 걷기 시작했다. 어른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브랑쇼트를 만나는 건 나쁘지 않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마을에서 가장 예쁘다는 평판이었다. 아마 그는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젊은 여자는 다시 한번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너무나도 산뜻한 모양을 한 하얀 벽의 작은 집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하고 아이는 말하고 “엄마” 하고 소리쳤다.
여자가 나타났다. 그러자 대장장이는 갑자기 미소를 거두었다. 그는 이 창백한 얼굴의 몸집이 큰 여자에게 농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그녀는 엄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미 한 번 남자에게 배신당한 일이 있는 이 집 문을 남자로부터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주뼛주뼛 모자를 손에 든 채 우물거렸다.
“실은 부인. 아드님이 강가에서 길을 잃어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나 시몽은 엄마의 목으로 달려들어 다시 울기 시작하며 말했다.
“아니야, 엄마. 강에 뛰어들려고 했어. 애들이 때렸어…… 때렸어…… 아빠가 없다고…….”
젊은 여자의 양 볼이 갑자기 빨개졌다. 뼛속까지 아픈 표정으로 그녀는 아이를 꽉 껴안았다. 넘쳐 나오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마음이 움직여 그대로 거기에 서 있었다. 뭐라 인사를 하고 돌아가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자 시몽이 갑자기 달려와 말했다.
“아저씨, 우리 아빠가 돼줘요.”
모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브랑쇼트는 말없이, 괴로울 정도로 부끄러워 양손을 가슴에 댄 채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아이는 대답이 없어 다시 말했다.
“아저씨가 싫다고 하면 난 정말 강에 뛰어들 테니까.”
대장장이는 농담으로 얼버무리려,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러지 뭐.”
“이름이 뭐예요?” 하고 아이는 물었다. “아이들이 이름을 물으면 말해줄 거야.”
“필립이야.” 하고 남자가 대답했다.
시몽은 이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음이 풀려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됐어. 우리 아빠죠, 필립?”
대장장이는 아이를 안아 올리고 갑자기 양 볼에 뽀뽀했다. 그리고 서둘러 황새걸음으로 도망쳤다.
다음날 시몽이 학교에 가자, 심술궂은 미소가 그를 맞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또 그 개구쟁이가 놀리려고 하자 시몽은 상대의 머리에 돌이라도 던질 것처럼 말했다.
“필립이야, 우리 아빠.”
사방팔방에서 한꺼번에 웃음소리가 터졌다.
“필립 누구야? 필립 뭐라고 하지? 도대체 뭐야, 필립은? 어디서 주워 왔을까, 그 필립을?”
시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을 가지고 눈으로 도전했다. 그들에게 등을 보일 정도라면 오히려 기꺼이 학대를 감소할 각오였다. 선생님이 끼어들어 그를 도왔다. 그래서 그는 엄마에게 돌아갔다.
3개월 동안 몸집이 큰 대장장이 필립은 가끔 브랑쇼트의 집을 지나갔다. 그리고 때로는 그녀가 창가에서 재봉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말을 걸어보았다. 여자는 정중하게 언제나 성실한 태도로 대답했다. 결코 웃는 얼굴을 보이는 일도 없고 또 그를 집 안으로 초대하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어떤 남자도 그렇지만, 그도 조금은 자만해서 그녀가 자기와 이야기할 때는 가끔 평소보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 땅에 떨어진 평판은 아무리 애써서 되돌리려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이 브랑쇼트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조심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뭔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시몽은 이 새아버지가 너무 좋아 거의 매일 저녁 일이 끝난 뒤 그와 산책했다. 그리고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머리를 꼿꼿이 들고 친구들 사이를 걷고, 그들이 뭐라 말해도 절대로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처음으로 그를 놀린 개구쟁이가 말했다.
“거짓말쟁이. 넌 필립이라는 아빠 같은 건 없어.”
“왜?” 하고 시몽은 깜짝 놀라 물었다.
개구쟁이는 손을 비비며 말했다.
“너한테 아빠가 있다면 그 사람은 엄마의 남편이니까.”
시몽은 이 논리에 당황했다. 그러나 대답했다.
“그래도 역시 우리 아빠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개구쟁이는 냉소했다. “하지만 아직 진짜 아빠는 아니야.”
브랑쇼트의 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 로와종 노인의 대장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필립은 거기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장간은 나무 그늘에 파묻힌 것 같은 곳에 있어서 아주 어두웠다. 하지만 엄청난 화로의 빨간 반사가, 팔을 다 드러낸 다섯 대장장이가 무서운 소리를 내고 철을 두드리는 것을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우뚝 버티고 서서 악마처럼 빨갛게 물들어 고정해 둔 뜨거운 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짓눌릴 듯 괴로운 생각은 망치와 함께 올라갔다 다시 떨어지는 것이었다.
시몽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필립의 소매를 살짝 끌었다. 그는 돌아보았다. 일은 딱 멈추고, 모두 가만히 주의 깊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 이상한 고요 속에 시몽의 가는 목소리가 울렸다.
“필립. 애들이 지금 그랬어요. 아저씨는 아직 진짜 우리 아빠가 아니라고.”
“왜?” 하고 대장장이가 물었다.
아이는 아주 순진하게 대답했다.
“아저씨는 우리 엄마 남편이 아니라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 필립은 우두커니 선 채로 철판에 닿은 망치의 몸체 위에 올린 커다란 손등에 이마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동료 네 명은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거구들 사이에 끼인 작은 시몽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대장장이 한 명이 모두의 생각을 대표해서 말했다.
“세상에선 이러쿵저러쿵 말들 하지만 역시 브랑쇼트는 기특한 여자야. 그런 불행한 일을 당했으면서도 엇나가지 않고 잘해 나가고 있으니, 말이야. 건실한 남자가 데려와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좋은 아내감이야.”
“그래” 하고 나머지 세 명도 말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몸을 함부로 놀렸다고 그것이 그 여자의 죄일까? —부부가 되자는 약속이었으니까. 게다가 같은 잘못을 했어도 지금은 어엿한 한 사람의 존경을 받고 살고 있는 여자는 얼마든지 있어.”
“그래” 하고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불쌍하게도 혼자서 아이를 키우려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교회에 가는 것 외에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부터 얼마나 울었을까. 그건 하나님밖에 모르실 거야.”
“그래, 맞아.” 하고 모두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화롯불을 일으키는 풀무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필립은 갑자기 시몽 쪽으로 몸을 구부려 말했다.
“엄마한테 오늘 밤 할 얘기가 있어서 간다고 말해줘.”
그리고 아이의 양 어깨를 잡고 밖으로 밀어냈다.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제히 다섯 개의 망치는 철을 두드렸다. 모두 이렇게 저녁까지 힘껏, 만족한 망치처럼 즐겁게 철을 두드렸다. 그러나 축제일에 큰 성당의 종소리가 다른 모든 종을 압도해 울리듯이 필립의 망치는 다른 망치 소리를 제압하고 귀가 멀어버릴 정도의 소리를 울리며 매초 떨어졌다.
그는 불타는 눈으로 불꽃 속에 서서 규칙적인 망치질로 철을 단련했다.
하늘 가득 별이 깜박이기 시작할 무렵, 그는 브랑쇼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단벌 나들이옷과 새 셔츠를 입고 수염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여자는 문 앞에 나타나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말했다.
“곤란해요, 이렇게 어두워져서 오시는 건, 필립 씨.”
그는 대답하려다 말이 막혀 우물거리며 여자 앞에서 당황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여자는 말을 이었다.
“아시잖아요. 전 더 이상 소문을 내고 싶지 않아요.”
그는 불쑥 말했다.
“상관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저와 함께 해주시기만 하면!”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어두운 방 안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침실에 있던 시몽은 입 맞추는 소리와 엄마가 뭔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몸이 어른의 손에 안겨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그를 헤라클레스 같은 완력으로 껴안으며 소리쳤다.
“모두에게, 학교 놈들에게 말해줘. 우리 아빠는 대장간의 필립 레미다, 날 놀리는 놈은 귀를 잡아당겨 주겠다고 했다고.”
다음날, 교실이 학생들로 가득 차고 수업이 시작되려 할 때 작은 시몽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새파래진 입술을 벌벌 떨며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빠는, 대장간의 필립 레미다. 날 놀리는 놈은 귀를 잡아당겨 주겠다고 했어.”
이번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모두 대장장이 필립 레미를 잘 알고 있었다. 누구라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아버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