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필법 / 유시민

by 아우름언니

역시 유시민 작가님의 책은 참 잘 읽히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런 책이 저는 좋더라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김훈 작가님의 『구운몽』과 『공터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책이 한두 권이 아니지요. 『월든』도 저에게는 참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시민 작가님께서 『월든』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설명해주신 덕분에, 비로소 그 책의 방향과 숨은 맥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한 번 『월든』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흥미로운 책은 자연스럽게 몰입된다는 말, 이제는 정말 공감이 갑니다. 사실 저는 자연이나 인간의 삶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월든』이 저에게 어려웠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님처럼 저도 모르게 역사나 인류학 쪽에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발 하라리 작가님의 책은 거의 다 읽었고,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읽는 동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많은 내용을 이렇게 쉽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얼마나 머리가 좋은 분일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는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관심이 덜했던 분야의 책들을 읽기 어려워했던 건 아닐까? 가령 과학 교양서나 역사서에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국사기』나 『로마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말이지요.


유시민 작가님의 말씀처럼, 세상은 참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면 괜스레 제 자신이 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직 펼쳐보지도 못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울 정도거든요.


그렇다면 일단 내가 좋아하는 책부터 천천히 읽는 것이 맞는 방법이겠지요. 책읽기도 여행과 같아서, 마치 내가 좋아하는 지역을 먼저 찾아 떠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공감 필법』에서는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좋은 교훈들을 많이 담고 있었습니다.

정체성 :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감정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공감 : 신영복 선생님과 창신꼬마의 이야기

태도 : 굴원의 『어부사』

격려 : 『맹자』와 『유한계급론』

어휘 : 건축자재가 없으면 집도 지을 수 없다


이 모든 문장과 책들은 저마다 깊은 울림이 있고, 정말 곱씹으며 읽고 싶은 내용들입니다. 특히 굴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는 구절은 지금처럼 세상이 혼란스럽고, 탈 많고 시끄러운 이 시기에도 저에게 큰 위로와 교훈을 주는 말입니다.

그 문장을 가만히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의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다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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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요즘 전통적 인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최신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흡수하고 반영하고 활용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강연할 때 소개했던 책 「사피엔스」 는 그래서 반가웠어요.

유발 하라리 박사는 중세사 연구로 학위를 받았지만 천체물리학, 지질학, 양자역학, 진화생 물학, 뇌과학, 유전학, 고고인류학 등 인간과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분야의 과학적 연구 성과를 섭렵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리고 공부와 글쓰기를 즐기는 지식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피엔스」 는 제가 전문 역사연구자라면 꼭 쓰고 싶어 했을 그런 책이었습니다.


과학 교양서는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재미입니다. 과학의 사실과 이론에 인문학 이론을 비추어보는 즐거움도 얻곤 합니다. 예컨대 유전학 이론으로 권력형 범죄의 발생 과정을 설명한다든가 뇌 과학 이론으로 정치적 지역주의를 해석해 보는 겁니다.


아무 관련성 없이 나온 인문학의 질문과 과학적 발견을 연결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지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해 보십시오. 생각보다 재미있을 겁니다.

-p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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