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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Mar 13. 2022

PM이 브런치를 운영하며 체감한 것들

이건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다

지난 2월부터, 이직 후 깨닫거나 배운 것들에 대해 틈틈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한 편당 대략 1시간, 30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어느덧 28편의 글을 작성하고 또 이에 대한 다른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운영하며 체감한 것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1. 결국 이건 ‘콘텐츠 비즈니스’ 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는 행위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퍼스널 브랜딩? 자기만족? 기고? 글쓰기? 이 이 외에도 갖가지 키워드나 설명이 있겠지만, 이런 설명들은 결국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림으로써 얻는 효용, 혹은 활동의 형태에 관한 설명이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는 행위 이 자체를 본질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설명한다면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일 것이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이들이 조회하고 →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의 반응을 얻고 → 그 반응에 힘입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 이 과정의 반복 ∞ 


실제로 브런치에서 제공하는 갖가지 기능과 행사 역시 콘텐츠 비즈니스에 맞닿아 있다.  

- [글쓰기] 메뉴를 통해 글을 작성하여 게시한다 

- [통계] 메뉴를 통해 조회수 추이, 유입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 [댓글과 좋아요]를 통해 이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 작가 제안, 출판 공모 등 각종 이벤트를 통해 수익화를 시도할 수 있다 


이를 아마 퍼널 Funnel 형태로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다만 통상적인 AARRR 퍼널과는 마지막 Referral과 Revenue의 순서를 조금 바꾸어보았다. 유료 구독 모델이 아니기에, 다짜고짜 Revenue가 생기는 구조는 아니며, 오히려 Referral을 통해 많은 구독자, 그리고 인지도가 생긴 뒤에 직접 혹은 제안을 받아 외부 기고, 출판 등의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브런치 활동은 콘텐츠 비즈니스와 모델이 동일하고, 위와 같이 퍼널 funnel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2.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고려하는 것들


그럼 비단 브런치가 아니더라도, '콘텐츠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에는 어떤 것들을 고려하게 될까? 이걸 더 잘하기 위해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물론 나는 직접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큐레이션 하는 비즈니스를 하진 않지만, 콘테츠가 생산되는 프로덕트/서비스를 담당하는 PM으로써 생각해봤을 땐, 아래의 요소들을 고려하거나 고민하고 있는데, 이게 나의 브런치 활동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고려하는 요소들, 디테일하게는 수많은 사항들이 있겠지만, 핵심 혹은 공통 요소는 위의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Quesiton 1 :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


결국 이러나저러나 가장 핵심, 혹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질문은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가? 에 관한 내용인 듯하다. 나 역시 최근 브런치에 활발하게 글을 쓰기 전에, 아래와 같은 고민을 했다.


- 나는 무슨 글을 쓰고 싶은가? 내가 글로 표현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

- 나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쓰고 싶은 것 중 실제로 글로 완성할만한 것은 무엇인가?

- 그중에서 (다른 플랫폼이 아닌) 브런치에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가사를 쓰려면 쓸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그리고 싶은 대상이 있어야 하고, 일기를 쓰려면 오늘 무언가를 겪거나 생각했어야 한다. 나 역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 내가 쓰고 싶은 게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고, 여러 소재를 떠올렸다.


다만 그중에서 내가 완결된 글의 형태로 쓸 만한 건 많지 않았다. 어떤 건 그저 잡담, 메시지 몇 줄로 끝날만한 이야기였다. 


또한 그중에서 어떤 건 브런치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혹은 트위터가 더 적합하기도 했다. 



Question 2 : 내 콘텐츠를 소비(조회)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일기장이 아닌 이상 모든 콘텐츠는 소비자가 있다. 돈을 내고 사서 읽든, 그냥 읽든, 누군가는 읽어야 '콘텐츠'로써의 존재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의 모든 이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란 없다. 그러니 내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소비자인지 파악하게 된다. 


나 역시 몇 편의 글에 좋아요, 댓글, 구독 등이 생기면서, 이후로는 알람이 발생할 때마다 한 분 한 분의 프로필을 조회한다. 나보다 더 많은 집필 활동을 하신 분들부터, 이제 막 브런치에 가입한 것처럼 보이는 분들, 나와 같은 업계 혹은 직무로 종사 중이거나 종사를 희망하는 걸로 보이는 분들과, 전혀 다른 업계 혹은 관심사를 지닌 걸로 보이는 분들까지.


누군가 봐주길 바래서 생산한 나의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래서 생산한 나의 콘텐츠가 실제로 어떤 이들에게 가닿는지, 실제로 어떤 이들이 내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시장에 내놓은 나의 콘텐츠가 속된 말로 '누구에게 잘 먹히는지' 보고 있다.



Quesiton 3 : 소비자들은 나의 콘텐츠를 어떤 경로를 통해 발견하는가?


그런데 내가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입소문이라도 내지 않는 이상, 소비자마다 내 콘텐츠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와 경로는 다양하고 제각각이다.


브런치 [통계] 메뉴는 일/주/월간 단위로 유입경로를 자세히 보여준다.


 

Question 4 : 어떤 경로가 가장 효과적인가?


처음에는 브런치에 글을 올렸으니 브런치 내에서 퍼지거나 브런치의 기존 구독자분들이 확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살펴본 유입 경로의 절반 이상은 '기타'였다. 


특히 기타를 살펴보니 처음 보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설치 후 살펴보니 직무 카테고리별로 브런치 등에서 아티클을 긁어와 노출해주는 서비스였다. 내가 그동안 작성한 글들이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관리, UI/UX 카테고리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 서비스를 통해 유입된 걸로 보였다. "아, 확실히 자연발생/오거닉은 어렵고, 어딘가에 확실히 노출되어 있어야 하는구나"하는 걸 실감한 때였다. 


서핏(surfit). 직무 카테고리별로 브런치 등의 아티클을 긁어와서 노출시켜준다.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관리, UX 부분에 내 글이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어느 날엔, 시간대 구분 없이 특정 글 두어 개에 '좋아요'와 브런치 '구독' 알람이 계속해서 발생한 적이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생기다니? 의아했는데, 이 날은 유난히 페이스북의 유입경로가 많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평소에 종종 조회하는 서비스 기획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관리자분에 의해 내 글이 공유되어 있었다. 어떤 채널은 다른 채널보다 확실히 더 효과가 좋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유입 경로의 효과와 영향력을 깨달았다.



웹/모바일 기획자 그룹에 글 중 하나가 공유되어 있었다. 이 날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해당 글의 유입, 좋아요, 구독이 유독 많았다. 바이럴? 의 효과를 깨닫는 날이었다.


그 덕일까? 며칠 뒤에는 모 온라인 교육업체에서 나의 글 중 하나를 업체 내 사이트에 기고/공유할 수 있냐는 제안을 주셨다. 채널의 효과를 깨닫고 난 뒤라, 흔쾌히 공유를 부탁드렸다. 내 브런치 자체만으로는 유입이 부족하고, 톤 앤 매너가 맞아 좋은 영향력이 있을 곳 같은 공간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온라인 교육업체에서 기존 글 중 하나의 기고/공유 제안을 했다. 좋은 유입 채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흔쾌히 부탁드렸다.



Question5 : 어떤 콘텐츠의 반응이 좋은가? 왜 좋은가?


문제는 똑같이 서핏에 노출되어 있어도 유난히 어떤 글은 반응이 좋고, 어떤 글은 조금 더 길고 자세하게 써도 반응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물론 그래 봐야 좋아요 10~20개 사이에서 몇 개 차이 수준이긴 하지만...)


Question1부터 4까지는 내가 분명하게 정리하거나 혹은 브런치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글을 쓰는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커뮤니티와 외부 업체에 공유된 두 글 모두 직무에 관한 설명이었다. 요새 계속 인지도 혹은 수요가 증가하는 '프로덕트 매니저'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궁금한 이들과, 혹은 '나만 이런 건가?'싶어 타인의 사례나 생각이 궁금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획자 커뮤니티에서는 나의 직무에서 맞닥뜨리는 고민과 애로사항에 관한 글을 공유해갔고, 교육 업체에서는 나의 직무가 하는 일에 대한 개요를 공유해간 것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확실히 이후 작성한 세부적인 노하우, 팁보다는 좀 더 넓은 인사이트/경험담에 가까운 두 글이 반응이 좋았던걸 보면, 브런치에서 혹은 나의 직무에서 조금 더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 즉 조금 더 수요가 많은 것은 조금 더 전반적이고 제너럴 한, 소프트 스킬에 가까운 내용들이 아닌가 추측 중이다.

이야기의 내용에도 층위가 있다면 위와 같지 않을까? 그리고 브런치에서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찾는 정보는 비교적 위쪽 부분의 이야기 같다.



Question6 : 이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위의 1번부터 5번까지의 질문에 모두 답을 구했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맞닥뜨리는 질문,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을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는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질문은 바로 이 질문일 것이다. 이걸 꾸준히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르지 않다는 말도 있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끈기,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의 콘텐츠를 보는 이들과 유입 경로, 반응이 좋은 콘텐츠의 성격이나 유형을 알아냈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결국 내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의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기에,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체계와 이를 통한 효율이 생겨야 한다. 아마도 여러 콘텐츠 비즈니스가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의 내용들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 아이디어 발굴부터 작성까지를 모두 혼자만의 힘으로 할 것인지?

- 이런저런 곳에서 영감을 받아서 새롭게 각색해볼 것인지?

- 소재를 주고 구체화, 편집을 남에게 맡길 것인지?

- 글 작성은 남이 하고 나는 플랫폼 역할, 큐레이션을 할 것인지?

- 혼자 쓰는 게 아니라 여럿이, 집단 작성으로 할 것인지?



Question7 : 새로이 확장할 콘텐츠는 무엇인가?


이 모든 고민이 끝나고 안정화되면, 비즈니스, 서비스는 성장이 둔화된다. 비즈니스가 신규 사업을 물색하듯, 콘텐츠 역시 새로운 유형, 주제의 콘텐츠 발굴에 나선다. 결국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 나는 무슨 글을 쓰고 싶은가? 내가 글로 표현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

- 나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쓰고 싶은 것 중 실제로 글로 완성할만한 것은 무엇인가?

- 그중에서 (다른 플랫폼이 아닌) 브런치에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사이클의 무한 반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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