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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Jun 11. 2023

PM은 리더인가 매니저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내게 맞는 리더십 옷 입기

지난 연봉협상, 이후 커리어의 방향에 대한 팀장님의 질문. "00님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맞는 것 같아요 아님 리더로서의 생각도 있어요?"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어째서인지 나는 "저는 리더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라는 답을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돌아온 1:1 미팅에서 나의 질문. "그런데 팀장님, 매니저와 리더의 차이가 뭐예요?"  그러자 돌아온 대답. "그러네요. 애초에 PM은 리더일 수밖에 없는데. 질문이 이상했네요."


리더와 매니저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니, 애초에 각각은 무엇이고,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신입 교직원으로 일하던 당시 나의 첫 사수는 10년 차 주임이었다. 그녀와 단 둘이 신규 사업개발팀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곳곳의 과장급 직원들은 어째선지 나를 다독였다. "야, 넌 이제 x 된 거야. 너도 곧 알게 되겠지."


6개월 만에 퇴사했으므로 그 이유는 끝내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와 돌이켜보면 나는 그녀가 어떤 이유에서건 나를 "x 되게" 할 생각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어떤 조언이나 도움, 정보나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총장이 매일 같이 지켜보며 호통 치는 사업 앞에, 그녀는 내게 직접 무어라 크게 다그치는 일도 없었다. 그 호통을 내가 직접 받으라며 떠밀지는 않았다.


그건 온갖 생경한 절차나 용어, 어른들의 이해관계나 못된 관행 앞에 어쩔 줄 모르며 점점 낯빛이 어두워지는 신입에게 줄 수 있는 그녀의 최소한이자 최대한의 배려였다. 내가 직장인으로서 겪은 최초의 매니저십이었다.


그 이후로 약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인턴과 직원으로서 일하며 여러 매니저십 또는 리더십을 겪거나 보았다.


이후 입사한 스타트업에서 만난 나의 '첫 팀장님'은 본인 스스로도 늘 방황하고 어려웠던 순간에도 책임감을 놓지 않았다. 그건 지금까지도 내게 신뢰나 헌신, 좋은 동료의 같은 것의 원형으로 남아있다.


반면 나의 첫 대표님은 사람에겐 도통 무관심했으나 상상력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지금의 대표님은 산업과 직무가 모두 바뀐 엉성한 PM이 적응하기까지 믿고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지금의 팀장님은 직무나 실제 부서가 다름에도, 매 월 말이면 1:1 미팅을 통해 '무엇이든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각기 자기의 방식대로 자신의 울타리 내 사람-동생이나 후배, 부사수나 후임-을 챙기거나 영향력을 끼친다. 결국 모두의 리더십은 알게 모르게 저마다 그 형과 태, 결이 다르다.


이제와 갑자기 내가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나 역시 나의 리더십을 찾아가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나라는 사람을 리더로 생각할 때, 나의 의견을 믿고 따르거나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할 때,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평생 나 하나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나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 같다가도, 나 역시 결국 나의 형과 태, 결을 찾을 것을 알기에 "모르겠고 일단 이번 주, 이번 달을 잘 지내보자"라며 눙치며 어설픈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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