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검증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스크와 스프린트
처음으로 해결하고 싶은 시장의 문제가 생겼다. 아주 작고 niche 해서 거창한 미래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했으니 무슨 결과가 나온 건 없지만, 0과 1이 다르듯, 생각의 체계가 모두 바뀌었다. 그러나 어설픈 기획자답게 머리는 여러 생각으로 복잡했다.
그런 문득 든 생각. 지금 너무 많은 걸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닌가? 최종적인 그림을 그리는 건 좋지만 그건 여기서 너무 먼 모습 아닌가? 여기 너머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그곳이 그러한 모습일 거라는 생각 역시 전부 가설인데.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우리 생인데.
당장 내가 이번 주에 검증을 시도할 수 있는 건 뭘까? 어디서 어설프게 주워들은 수익성, 확장성, 운영 효율 등을 다 떠나서, 내가 제일 먼저 검증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내가 지금 시장과 고객에 대해 가진 핵심 가설, 가치 가설은 무엇인가? 그걸 검증하기 위한 가장 최소 단위의 일 또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다음은 차근차근 고객학습을 통한 미세 조정의 연속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진정한 리스크란 불확실성 그 자체가 아니라, 1)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는 완벽주의 2) 그리고 검증을 위한 고객 학습의 방법이나 의사가 없는 것 아닐까.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른바 스프린트 sprint란 단순히 기능 배포의 주기가 아니라, 나의 가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크기, 즉 이 단위를 넘는 가설은 이미 너무 크고 복잡하다는 기준선이자, 나의 가설에 대해 무어라도 알아낸 결과를 내놔야 하는 단위 아닌가. (애자일 관련 책 다 뒤져봐도 이런 설명해주는 데는 없더라... 전부 배포주기며 번다운차트며 프로젝트 관점만 가득하고, 기획과 가설-검증 관점에서 풀어주는 콘텐츠가 없어서 아쉽다. 그래서 내가 만들 거지만.)
아래 영상을 보며 한 번 더 리마인드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EuXF0BwoOc
"처음부터 너무 크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예요. 첫 번째 실험의 규모나 너무 컸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실천 가능한 정말 최소한의 행동 단위를 MVP라고 부르잖아요? 이게 될 지 안 될지 모르면 당연히 저비용으로 테스트 해보고 점점 규모를 키워나가면 되겠다는 접근법을 택하면 되는데, 그 중간 과정을 다 뛰어 넘고 막 치고 가는 방식은 아이디어를 해보는게 아니라 '해버리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