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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터 May 16. 2024

PM 지망생에게 : 결국 되어있을 PM

커리어는 계약서나 명함에 존재하지는 않으니까


물과 기름, 신입과 PM


신입도 PM이 될 수 있나요?


   PM 직무 관련 멘토링을 하며 가장 자주 들은 질문 중 하나. 이제 막 첫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대학생부터 어떤 직무, 어떤 형태로든 사회생활을 경험한 이들에 이르기까지 지원자 또는 멘티의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걸 보면 이는 분명 이 직무를 희망하는 이들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뜻일 테다.


   지난해 출간한 책 <성장하는 PM을 위한 프로덕트 매니저 가이드>에서도 한 꼭지를 할애하여 관련하여 생각을 밝혔다. PM의 P가 프로덕트든 프로젝트든, M이 매니저이든 혹은 오너든, 여러 직무를 조율하며 제품과 비즈니스의 성장, 그리고 더 나아가 팀원의 퍼포먼스를 책임지고 개선해야 하는 직무의 특성상 아무런 업무 경험이 없는 사회생활 초년생이 담당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또한 관리자 성격의 직무이기에 기능 성격의 직무 대비 수행하는 인원이 적고, 따라서 조직에서는 사수-부사수 구조를 통해 도제식으로 신입을 가르치고 키우기에도 쉽지 않은 직무다. 그러니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직무 불문 신입 채용을 줄이고 있는 지금의 보수적인 채용 상황까지 고려하면 신입이 채용계약서에 'PM'이라는 이름을 달고 첫 취업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PM이란 계약서에 이름이 적혀있어야만 PM인 걸까? 그럼 대체 지금의 PM이 되는 이들은 어떻게 PM이 되었는가? 그들은 지금의 부트캠프 수료생들이 누려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특혜를 누리며 꿀을 빤 세대인 건가? 그게 아니라면 대체 어떤 이들이 어떻게 PM이 되는 건가?


정신 차리고 보니 PM이 '되어 있었다' 


   나면서부터 PM이 된 사람은 없다. 이게 무슨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습니다" 하는 식의 역사극도 아니고. 말인즉슨 지금 PM인 사람도 사실은 PM이 아니었던 순간이 있다는 뜻이다. 약 10여 년 전 대형 커머스를 중심으로 '서비스 기획자' 신입 채용공고를 내던 때가 아닌 이상, 혹은 아주 작은 기업이 아닌 이상 인생 첫 커리어로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 경로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과 정의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당시의 서비스 기획자와 최근 프로덕트 매니저는 동일한 직무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직무는 늘 변화한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서 PM이라는 직무로 일을 하는 이들은 모두 다른 직무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나의 경우 커리어 방향을 정하지 못해 일부러 무엇이든 경험하고 기회를 노려볼 수 있도록 성장성이 빨라 보이는 작은 조직에 들어가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 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제 막 pre-A 시리즈 투자를 받은 조직에 n번째 직원으로 입사하여 조직이 크는 동안 운영부터 운영관리, 간단한 데이터 분석 등을 담당했다. 그러던 와중 조직의 수요로 웹/앱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가 생겼고, 이를 마칠 즈음 어느새 제품/서비스와 관련된 이런저런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PM 또는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PM' 채용 공고를 통해 이직을 하며 공식적으로(?)이 되었는데, 생각해 보면 3년 정도는 걸린 셈이다. (사회생활은 그보다 더 먼저 시작했으니 정확히는 3년+α)


   주변의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하다. 마케팅을 하다가, 운영을 하다가, 사업개발을 하다가, 서비스 기획자를 하다가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니 PM이 '되어 있었다'. PM이 되려고 협상을 한 것도 아니고, 직무 전환을 준비한 것도 아니고, 특정 강의나 캠프를 수강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에서 PM은 어느새 자연스레 되어 있는 직무에 가까웠다.


PM이 되는 경로 = 어디서 시작하든 영향력과 역량을 키우기


   대체 무슨 근본도 없는 직무이길래 정신 차리고 보니 '되어 있는'다는 말인가? 이는 PM 직무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PM의 본질은 고객의 만족과 성공,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이런저런 일을 다 하는 문제해결사다. 화면을 그리든, 정책을 설계하든, 숫자를 뜯어보든, 일정을 설계하여 관리하든, 고객을 만나든, 운영을 직접 하든 문제 해결을 위한 일부분일 뿐이다. 'P필요한 건 M 무엇이든' 하는 직무. 그런 의미로 'mini CEO'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전문성에 대한 회의와 의심이 많은 직무이기도 하다.


   이처럼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영향력과 역량은 자연스레 커진다. 더 많은 이들이 요청하고, 더 많은 이들이 의지한다. 더 많은 이들과 이야기하고, 더 많은 이들과 협업하게 된다. 누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성과가 좋든 그렇지 않든, 주니어 혹은 특정 기능 단위 직무 수행자라고 하기엔 어느새 영향력의 범주가 넓어져있고, 다채로운 역량을 쌓고 있다. 그리고 조직이 커지거나 구조가 변화할 때에, 윗선 혹은 주변에선 자연스레 인정한다. 누군가가 구태여 PM이라고 불려야 한다면 그건 당신이어야 한다고.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그게 그리 이상하지 않다고. 


   즉 PM은 어떤 교육을 통해서 되는 직무가 아니라, 어디서 어떤 직무로 시작했든 영향력의 반원을 넓히며 역량을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되어버리는 직무다. CX라면 고객의 VoC를 시작으로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참여하면서, 사업개발이라면 시장과 고객사의 반응을 토대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에 참여하면서, 마케터라면 마케팅 반응을 토대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에 참여하면서, 디자이너라면 고객의 사용경험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참여하면서, 분석가라면 숫자 너머의 사람과 환경을 보고 주도성을 발휘하면서. 정답도 없고 왕도도 없다. 영향력과 역량을 넓히는 길이 있을 뿐이다. 


되고 싶다면, 분명 되어있을 거니까


   애석하게도 교육이나 캠프를 통해 PM이 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다. 앞서 말했든 신입이 어려운 직무 특성 및 구조를 지녔고, 뭐가 됐든 취업이 쉽지 않은 세상이니까. (물론 교육과 부트캠프는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확률을 높이거나 소요시간을 줄여준다.) 그러나 어디서 어떤 일을 시작했든, PM이 되고 싶은 마음만 갖고 있다면, 이에 부합하는 만큼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커리어를 만들어나간다면 어느새 PM이 되어 있을 거다. PM은 계약서로 만들어지는 직무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어떤 커리어도 계약서나 명함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그저 이름일 뿐, 내가 관심을 갖고 영향을 발휘하는 내용과 형태가 내 업을, 커리어를 결정짓는다. 


   그러니 PM이 되고 싶다면, 직무의 본질에 집중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커리어를 시작하든, 그 본질을 나의 지금 업무에 적용해 보자. 어느 정도의 일머리를 갖게 된 순간, 주변의 신뢰가 생긴 순간, 그리고 조직에 약간의 변화 혹은 융통성이 생기는 순간, 당신은 어느새 PM이 되어있을 거다. 되고 싶다면, 분명 되어있을 직무 그게 P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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