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다가온 수학의 시간들]을 읽고
한 소년이 수학에 빠져들고 그것을 업으로 삼고 가르치게 된 계기, 그리고 수학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지를 너무 어렵지도 않고 너무 얕지도 않게 자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잘 설명한다.
수학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수학으로 대변되는 ‘논리적 사고’와 ‘주체적인 문제 정의와 해결의 경험’에 대해서 다루는 수필로, 저연차 기획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조우한 책으로, 최근 데이터 분석으로 직무를 전환하면서 통계, 수학에 더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제목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이끌렸다.
수학적 사고 또는 수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 마음가짐을 자전적인 이야기와 진중한 문체로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수학, 논리란 무엇인지, 수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게 무엇인지, 수학을 공부한다는 게 무엇인지 그 의미와 관점을 본질적으로 고민해보고 싶은 누구나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의심하고,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 신입~주니어 기획자/PM
26p
성장은 시간이 흘러가면 저절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다. 어른이 되면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을 저절로 갖추게 될까? 어림도 없다.
38p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의문,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문제라도 내가 궁금하다면 내게는 의미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문제를 내 힘으로 해결한 순간의 유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며, 그 크기만큼 자존감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38p
우리의 뇌는 틀린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간다.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답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 보는 경험, 그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자존감은 어려움을 헤쳐갈 수 있는 전투력으로 기능한다. 사람은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깊이를 만들어간다.
88p
문제가 요구하는 정답이 아닌 다른 답도, 아니 답까지 가지 못했더라도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가 본 거리만큼 그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생각하는 기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의 반대말은 모순이 아니라 강박이라고 생각한다.
137p
증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발하고 화려한 전개가 아니라, 소박하지만 분명한 시작에 있다.
(…) 문제 해결에 있어서 시작은 반이 아니라 모든 것이다(The beginning is the whole)
151p
우리 삶에는 문제의 조건만 잘 이해해도 바로 풀리는 문제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우리는 종종 다른 곳을 쳐다본다.
154p
난해한 문제들을 풀던 일은 모두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의 조건과 내가 알던 정보를 연결하며 답으로 바꿔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 머릿속에는 이전에 없던 이런저런 간선도로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157p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내가 지금 어떤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정체를 계속 질문하면서 자신의 힘으로 규정할 수 있는 힘, 부수적인 것들을 모두 떼어내고 본질을 끌어올려 직면하는 순간의 가슴 서늘함. (…)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규정하는 것은 고민의 정체를 직면하고 제대로 맞서는 시작점이다.
158p
가장 어려운 것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관적인 경험, 신념, 가치관이 개입하기 쉽다는 점이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해석을 거쳐 사고할 수밖에 없으며, 지적,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오류를 계속 털어낼 뿐이다.
70p
기호는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겨하는 수단을 넘어서 대상을 보는 관점까지 포함한다. 기호를 통해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을 훨씬 자유롭게 볼 수 있다.
70p
수학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속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불변의 무엇을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끊임없이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다른 학문 영역에 응용될 수 있는 것이다.
112-113p
대학 수학의 핵심은 ‘연역(deduction)’이었다. 연역이란 전제로부터 결론으로 연결되는 필연적 과정(유일한 길)을 말한다. (…) 수학은 이런 실용적인 해답에 만족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라는 우연에 기대지 않고 명확하고 필연적인 과정을 거쳐 확실한 위치를 찾으려 한다.
128-129p
못 보던 것을 보게 되고, 보던 것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직관은 논리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진화해온 것이다. 경험이 쌓인다고 지혜가 되진 않는다. 어른의 감각이 어린아이의 그것과 다른 이유는 경험의 유무가 아니라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논리의 존재 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