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들어왔어.

지금,

by 윤슬



올해 다섯 살이 된 둘째 아이가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며 내게 말했다.



"방금 가슴으로 들어왔어."

"잉? 우리 딸.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뭐가 가슴으로 들어갔을까?"

"엄마가 사랑하는 마음이 금지윤한테 들어왔어!"

"아이코. 예뻐. 그게 느껴졌어? 사랑해. 우리 지윤이."

"응. 금지윤도 엄마 사랑해."



그 작고 예쁜 입술로 얼마나 큰 표현을 꺼내고 있는지도 모를, 순수하고 맑은 눈을 가진 내 아이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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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가슴으로 들어왔어.

엄마가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왔어."



마치 독서 중 좋아하는 문장 앞에서 아끼려 책을 덮었던, 그 후에 오는 느낌들과 같았다. 어젯밤 들은 이 말들이 오늘 이 시간까지도 다시 열어봐 달라던 소중한 문장들처럼 나를 뭉클하고 설레게 했다.


그래. 마음이란 것. 내가 당신의 것을 강제로 잡아 끈다고 하여 내게 오는 것도 아니며, 일부로 생각한다고 해서 와서 닿는 것도 아니지. 보내는 이의 마음이 스스로 나의 가슴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을 그때, 그제야 내가 느끼는 것 그것이 마음이었지.


시력이 나쁜 내 눈, 아이의 말이 쓰인 렌즈를 끼고 나의 글을 돌아본다. 내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 읽는 사람의 심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노크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내 마음을 복사해서 글로 붙여 넣고, 내 글을 읽는 분들이 자신의 눈으로 복사해서 다시 심장에 붙여 넣는. 그런 글.



"지윤아. 그런데 엄마 마음이 네 심장으로 들어가는지는 어떻게 알았어?"

"으응. 그건 엄마 눈에 하트가 그려져 있어서 알지~."



단 일 초의 망설임과 고민도 없이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아이의 대답을 듣고 있자니 혼자 듣기엔 참으로 아까운 말들이다. 비록 다섯 살 아이의 표현이라 세련되진 않았지만, 추운 겨울 첫눈처럼 순수한 새하얀 말들이 너무 예뻤다. 아마도 이건 그저 고슴도치의 사랑이겠거니.


감동한 나는 혼자 또 속으로 다짐한다.

엄마가 눈으로 레이저 좀 덜 쏘고 하트만 뿅뿅 자주 뿜어 내도록 노력할게....


그동안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그저 잘 받아 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모든 표정을 담아내는, 눈을 닮은 섬세한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는 이 시간, 창에 와서 부닥치는 빗소리가 내게 재촉하는 것만 같다.
눈치 빠른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저 빗소리가 황홀해 괜히 센티해지는 밤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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