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버님 어제 아침에 숨 넘어가는 목소리로 전화 와서 119 불러 달라고 하셔 갖고 또 심장 한 번 내려앉고, 바람 잘 날이 없다 진짜."
나- "왜 또 무슨 일인데?"
"다행히 맹장염이셔서 수술하고 입원해 계셔."
"아. 큰일 아니셔서 진짜 다행이다."
절친에게서 톡이 왔다. 바쁜 와중에도 중간중간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와 주는 고마운 내 친구. 그녀는 최근 외할아버지를 여의었고, 절친한 친구 어머니의 장례식을 다녀왔다. 그 와중에 코로나 여파로 잘 되던 가게도 문을 닫게 되었고, 함께 겸하고 있던 다른 사업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것으론 모자랐을까? 가게를 접고 나오면서 원복을 원하는 건물주에게 상식 밖의 요구들을 듣곤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을 할 정도로 심적으로 힘든 상태였는데 아버님까지 맹장 수술에 입원까지 하여 놀랐고, 모든 게 골치 아픈 상황이라고.
나- "에혀. 깜짝 놀랄만하다. 그게 오래갈 걸. 난 내가 숨 넘어갈 뻔해서 여전히 트라우마가 남아있지."
친구- "그래 내가 이런데 닌 오죽하겠어 ㅜㅜ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을 그쿠 크게 했노ㅋ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네 ㅋㅋ"
"오죽허면, 한 사람이 겪었다기엔 삶이 넘 격하더라고 내 글을 베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니까."
"그래 좀 파란만장하긴 하지 너나 나나. 오뚝이 같은 여자네?"
최근 나도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 부고를 받았고, 신랑은 차사고를 당해 입원을 했었으며, 그로 인해 10년간 무사고로 멀쩡히 잘 타고 다니던 차는 폐차를 시켜야 했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아랫집 천장에 갑자기 물이 샌다고 하여 화장실 공사 견적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인 데다 신랑이 퇴원하는 날에 맞춰 아이 둘은 장염에 걸려 번갈아 토와 설사를 하니 나는 종일 따라다니며 닦고, 씻기고, 입히고.. 이노무 냉장고 문도 멀쩡하다가 갑자기 고장이 났고.. 또 친정집은... 아무튼 이상하리 만큼 사람이고 물건이고 죄다 고장이 나서 그야말로 나 또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터다.
친구- "난리도 아니다마는ㅋ 내 머릿속도 전쟁통인데 니도 마인드 컨트롤하느라 바쁘겠다ㅜㅜ 나도 이제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사나.. 그 걱정으로 힘들었어야 되는데 그 고민은 할 틈도 안주네?"
나- "맞제. 나중에 다 도움이 되잖아. 당장은 힘든 게 눈을 가려도."
나만 고되고, 나만 운이 없고, 나만 아프고, 나만 먹고사는 일이 힘든 것 같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고 주위를 살펴보아도 나와 같은,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고, 고되고, 상황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나와 그녀는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서로의 다이내믹한 삶을 바로 옆에서 봐왔기 때문인지, 이제 서로의 아픔을 얘기할 때나 고민을 토로할 때도 농담을 섞어 대화를 주고받는다. 조금만 거리가 있는 관계였다 해도 할 수 없는 이런 격 없는 대화로 서로를 다독일 수 있는 막역한 친구가 있다는 것에 나는 늘 감사하다.
그녀와 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골칫덩이들에 둘러 쌓여 답답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저 웃는다. 예전 힘들고 아플 때를 비교하면 이쯤 아무것도 아니란 걸 우린 잘 알기 때문이리라. 당장은 힘든 것들이 눈앞을 가려 순간순간 마음을 뺏길 진 몰라도 훗날 오늘의 일들도 모두 웃으며 말할 수 있으리란 걸 우린 안다. 그리고 아픔으로 삶의 값진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알기에 더욱 단단해질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분명 우리들이 지금 웃으며 말하는 아픔 또한 과거엔 가벼웠거나 때론 심각했을, 그 순간엔 충분히 힘든 일들이었다. 그러나 우린 모두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웃으며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그땐 그랬노라고. 그러니 우리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뺏기는 한이 있더라도 너무 심각해지지는 말자. 우린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오늘의 아픔과 삶의 고단함을 미래엔 또 웃으며 말할 것이라는 걸.
맞아. 그땐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