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뜁니다.

by 윤슬


저는 휴가차 고향에 와 있습니다. 어제는 친정, 오늘은 시댁, 내일은 가평, 일요일이 돼야 집엘 복귀하는 일정입니다.

네네, '안물 안궁'이시겠지만 친절히. 푸하핫.


그런데 이상합니다. 쉴려고 놀러 와있는데 저, 일이 하고 싶어요. 휴가 동안 다 내려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말이죠. 정말 일에 치여 단 하루라도 쉬고 싶은 분들에겐 자(?)가 복에 겨워 참으로 포시럽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들이 있어요. 알고 지낸 지는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하는 덕분에 오랜 지인들만큼이나 가깝게 느껴지는 분들이에요. 짧은 기간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각자 성향은 다를지라도 뜻이 같고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해서 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론 누구보다 잘 통하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 생각해요.


아침에 일어나 눈감기 전까지 서로 틈날 때마다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 우리들. 사실 제 주변에 저보다 더 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하는 분들을 잘 보지 못했어요. (물론, 제 주변이 좁은 게 함정.) 오히려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사느냐는 말을 자주 듣곤 했었는데 이 분들 저 보다, 아니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참 섹시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배울 점이 많아 제 곁에 오래오래 두고 싶은 분들이죠. 시댁에 와 쉬고 있는 지금, 주변에 휴식을 즐기는 분보다 일에 열심인 그녀들이 부러운 저를 과연 누가 이해하실는지요...


하하하하하하하. 아뇨 저 미치지 않았어요. 더위 먹은 것도 아니니 걱정은 놉^^!!



사실, 유년시절부터 서른이 되기까지, 저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게 드럽게(?)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그저 지긋지긋한 가난과 괴물과 같이 느껴지던 돈의 손아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싶은 게 다였답니다. 중학교 때부터 돈을 많이 버는 게 제 꿈이었으니 말 다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맞아요. 그땐, 돈을 단기간 안에 많이 벌 수 있다면 직업쯤 무엇이 되었든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나름 스스로 사고에만 의지한 계획하에, 대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른 취업을 하기로 결정을 했었죠. 어쩌면 그 선택으로 인해 잃은 게 많을지 몰라도 지금도 후회는 없어요. 당시의 저로선 모든 선택에 있어 나름 신중한 고민과 최선의 선택들을 했으니, 아마 다시 돌아가도 그 결정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죠. 결과론적으론.. 건강도 잃고, 건강을 팔아 번 돈도 치료비로 거의 다 썼지만요.






결혼 후 서른 중반이 다 되어서야 저도 잘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늦었다면 늦었고, 빠르다면 빠를 수도 있겠지요. 하나를 알게 되니 둘이 보이고, 둘에 도전하다 보니 셋을 이루고 싶고.. 그런 식으로 저는 떨어진 삶의 의욕과 자존감을 조금씩 찾은 것 같아요.


조금은 늦게, 하고 싶은 일들을 찾고 보니 욕심이 더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배우고, 경험하고, 도전하며, 이루고 싶은 것이 끝도 없이 생기는 요즘입니다. 당장엔 눈앞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나 탄탄한 직장이 없더라도 저는 지금에 만족합니다. 아마도 그건 하고 싶은 게 없는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겁니다.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걸 피곤에 절어서도 더 하고 싶다고 느끼는 건 아마도 큰 행운이 아닐까요.


결국 경제적 자유를 꿈꾸고 그 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젠 단순히 돈이 꿈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돈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 돈에 집착하여 내 삶의 주체인 내가 없이 살 땐, 쌓여가는 통장 잔고를 봐도 이상하게 마음은 더 허전해지더라구요.


돈을 그저 수단 일 뿐이라 여기고, 과정에서 오는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지금, 비록 그때와 같이 몸이 피곤할지라도 오히려 저는 요즘 설레고 행복해요. 돈에 전혀 치중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앞으로도 저는 배우고 도전하며 꿈을 꾸며 늙어가고 싶어요. 죽는 날까지요. 내 통장을 그득히 채울 수 있는 건 돈이겠지만, 결국 제 마음을 그득히 채울 수 있는 건 목표의식, 곧 꿈과 희망인 걸 이제야 깨달아요.


아이코 일하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다니.. 이것도 재능 아닙니꽈 네? 아 병이라구요? 하핫. 저 이제 정말 아팠던 마음이 많이 나았나 봅니다. 제가 썼던 초기의 글들을 읽어 보면 늘 과거의 아픔을 글에 묻히곤 했는데, 요즘은 종종 글에 희망을 묻히기도 해요.




하고 싶은 게 있고, 어딘가에 내가 쓰일 수 있고, 일할 수 있음에 오늘도 저는 가슴이 뜁니다. 또한 알아갈 게, 배울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다는 사실도요.




여러분, 여전히 가슴 뛰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최근 무엇이 당신의 가슴을 설레게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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