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집이 최고야

by 윤슬


노는 것에도 진심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어제, 당장 하고픈 게 많았지만 캐리어 짐을 풀어 정리하는 것 외엔 모든 걸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노는 것 마저 힘든 것인지, 노는 것이 더 힘든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저질체력을 뽐내고 다녔던 나. 휴가 막날부턴 코와 입술엔 큰 수포가 잡혀 쓰라렸고, 그로 인해 못 생겨진 외모는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번 '담에 와'라고 했던 신랑의 주문 때문인지, 어김없이 목엔 '담'이 왔다. 이렇게 노는 것 마저 진심인 걸, 꼭 온몸으로 증명해 내야 하는 별스러운 나다.






밤이 새도록 썸 타는 닭



"장인어른 밤새도록 우는 닭은 살려두면 안 되고, 잡아먹어야 하겠는데요?" (닭: 덜덜덜)




전 날밤 나와 똑같이 잠을 설친 신랑이 웃으며 농담인 듯 은근 진심을 내비쳤다. 새벽 내도록 운 꼬꼬닭에게 엄청스리 약이 올랐던 게 분명했다.


전원주택인 친정집 마땅 한편엔 조금 큰 닭장이 하나 있다. 그 닭장 안 많은 닭 중 유독 혼자서만 매친 존재감을 뽐내는 닭이 있다. 그 닭은 매일 자신이 울 시간을 망각한 채, 밤 12시부터 시간마다 울어 대는 뽱당한 닭이다.



'꼬끼오~'

'꼬끼오오~~'



그것이 모자랐을까? 미친 존재감의 그 꼬꼬닭은 썸이라도 타는 중인 것인지, 밤새도록 동네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긴 대화를 이어갔다. 그 덕에 결국 난 눈을 감은 채 날을 지샐 수밖에 없었다.


이튿날, 시댁에선 비교적 잠을 잘 잤다. 하지만 전날 못 잔 피로와 바뀐 잠자리 탓인지 쉬이 잠이 들지 않아 늦게 잠에 들었고, 휴가 마지막 날 가평의 한 펜션에선 너무 많은 벌레들을 목격했던 탓에 자다가도 괜스레 몸에 벌레가 기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어흑 결국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






'역시 내 집이 최고야!'



긴 외출 후, 며칠 만에 집엘 돌아와 거실문을 열어 재칠 땐, 나도 모르게 '역시 내 집이 최고'라는 말이 터져 나오곤 한다. 다녀온 여행지가 제 아무리 좋고, 잠시 머무른 공간이 아무리 삐까뻔쩍(?) 예뻤어도 결국 내 집처럼 나를 편안함에 이르게 하는 곳은 없었으며, 깊은 잠으로 날 인도하는 곳 또한 내 집 만한 곳이 없었다.


그 사실은 지은 지 몇 년 안 된 깨끗하고 쾌적한 지금의 내 집이나, 십여 년 전 에어컨이 없어 한 여름 대낮엔 집 밖을 배회해야만 했던,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좁은 집안으로 몸을 구겨 넣을 수 있었던, 월 18만 원짜리 내 원룸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어떤 공간이든 결국 내 자리로 돌아가야만 진정 편안하게 쉰다는 무의식의 습관적 욕구가 내게 내 공간의 소중함을 매번 일깨워주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넓고, 시원하고, 멋진 자리라도, 가끔은 너무도 비좁고, 덥고, 초라한 자리에 대적이 되지 못할 때도 있음을 우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긴 외출 후, 언제든 내가 돌아갈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난 감사한다.




내 한 몸 편히 눕힐 수 있고, 세상 가장 편안함에 이를 수 있는 이 공간, 남들 눈에야 어떻든

역시 내 집이 최고다.

매거진의 이전글가슴이 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