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보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by 윤슬



나의 말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들어서 나를 놀라게 하는 친구야.
나도 잊어버린 말을 잘도 기억하고 있는 친구야.
"관심 있으면 잘 듣게 돼. 그러니까 친구잖아."라고 너는 말했지.

친구에게 / 이해인 글



친구에게 / 이규태 그림



얼굴도 보지 못 한 사람과 정을 나누고,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인터넷 세상에 글을 쓰고 알게 됐습니다. 얼굴 한 번 보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단 걸 말이에요. 놀랍게도 가끔은 오랜 시간 함께한 지인들보다도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건 가까운 사람일수록, 소중한 사람일수록 점점 더 마음속 깊은 얘길 털어놓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 때문일 것도 같습니다.


왠지 모르게 가까운 지인, 가족들에겐 즐거운 소식만 전하고 될 수 있는 한 행복한 일만 나누고 싶습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고민과 아픈 일은 웬만큼 큰일이 아니라면 내 선에서 해결하고 지나가고 싶고, 그것이 또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착각까지 듭니다.


휴대폰에 '내편'이라고 저장된, 평생 내 편일(장담은 못함) 남편에게 마저도 그렇습니다. 연애 땐 사소한 고민도 모두 털어놓고 세세한 감정의 변화도 서로 감지하고 함께 하려 했는데, 오히려 결혼 후 연애 때 보다 공유하는 세세한 감정들은 많이 줄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일까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아픈 모습, 약한 모습, 못난 모습을 보이기 주저하여 때론 보이지 않는 투명벽을 사이에 두고 지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이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터넷상의 벗과는 짧은 기간 더 쉽게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도 만나지 않고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찌 보면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솔직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면에 침전된 오랜 찌꺼기까지 뒤적여 들려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여러 이유로 글 쓰는 자체를 고민하고 방황했었습니다..(사실 여전히 현재진 행형인 고민입니다.) 그렇게 혼돈에 빠져 있던 제게 어제 한 글 벗이 다가와 제 고민을 조용히 다독여주는 겁니다. 평소 대부분 제 글을 조용히 읽고 가시는 분인데 꼭 결정적일 때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해주시는 감사한 분이네요.



"사실 이상하지만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신기하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지지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으면서 편안해져요. 조용히 저처럼 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니 자주 써주세요."



글을 못 쓰고 방황하는 제게 이렇게 힘이 되는 말이 또 있을까요? 제 글은 힘이 되는 밝은 글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과찬을 들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참 기뻤습니다.










얼굴을 보며 눈을 마주 보고, 표정과 제스처까지 살피며 제 얘길 들어주듯, 글로 적는 나의 말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들어서 나를 놀라게 하는 친구, 생각해보니 제게 그런 친구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쓰길 놓으려 할 때마다, 또 다른 친구 한 명이 절 잡아 줬던 것 같습니다.


어제 그 글벗의 말은 최근 들은 위로 중 가장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지지해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으면서 편안해져요."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제가 쓰며 바라는 모든 바람이 담긴 말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하는 글도 없을 것이고, 전 처음부터 단 한 명이라도..라고 생각했었기에 단 한 명의 이 격려가 제가 쓰는 동안 기억에 남고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보든, 못 보든 결국 우리가 나누는 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고 물리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그렇기에 친구가 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요. 만난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마음 한 바가지씩 퍼 줄 것도, 받을 것도 아니니까요. ^^




여러 분들은 보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고 하신다면 지금 떠오르는 벗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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