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도 팝잇 해보세요. 스트레스가 막 풀려요!!

by 윤슬
오늘 3주만에 아이 머릴 잘라줬습니다.




꺄르륵 거리며 말도 어찌나 안 듣고 잘 뛰어놀던 첫째가 어제저녁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38도 고열이 났습니다. 주말이면 행사가 있어 친할머니 댁에 가기로 되어있는데 거참 애매하게 되었다 싶었습니다.


뭐 집안 행사야 아프면 당연히 못 가더라도 아이가 밤새 많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열제를 먹이고 알람을 맞추고 잠을 청했습니다.




"약 먹였으니 자기도 그냥 자~!"




물론 제가 안쓰러워하는 말이겠지만 아이가 열이 날 때 한 번도 밤을 새 본 적 없는 신랑은 아주 맘 편한 소릴 건네더라고요.


제 마음은 왜 그럴까요. 고열이 나기 시작하면 해열제를 먹이고도 정상체온으로 열이 떨어질 때까지 맘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왠지 내가 자는 사이 더 고열로 오를 것만 같고 또 반대로 열을 내리느라 땀으로 몸이 다 젖어 도로 감기에 걸리거나 저체온으로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알람을 맞춰두고도 그 안에 졸다 깨다를 반복합니다. 고렇게 어젯밤 더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던 37.7도의 애매한 열 때문에 꾸벅꾸벅 졸다 날이 다 샜습니다.




"아싸 아~ 유치원 안 가고 엄마랑 둘이 있으니 넘 조앙~^^"




이 어미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늠자슥 마, 엄마랑 둘이 있을 생각에 그저 신이 났습니다. 열이 나는 것 보면 꾀병은 아닌디 아이가 하나도 안 아파 보이는 건, 그저 제 기분 탓이었겠죠? 푸하하하하하하




아침까지 열이 나던 아이는 점심쯤 되자 열도 내리고 배도 아프지 않다고 했습니다. 참 다행이다 싶었지요. 웬만하면 할머니 댁에 가기 전 아이 머리는 깔끔하게 자르고 데려가기 때문에 아이가 괜찮아진 틈을 타 투블럭으로 머리를 잘라 주었습니다.





남자 아이는 왜때문에 머리카락이 더 빠르게 자랍니다.




"엄마가 울 엽이 밤새 간호도 해주고, 머리도 예쁘게 잘라줬는데. 이번에 할머니께 가면 또 엄마가 잡아먹는다고 해 알았지? 엄마가 잘해주는 건 하나도 얘기 안 하더라? 푸하하 하하하하 "





아 글씨. 제가 웬만하면 요런 말을 안 하는데 아이가 시댁에 갈 때마다 황당요상한 소릴 해싸서 시댁에 가기 전에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요런 말을 하고 있지 뭡니까. 에그머니.ㅜㅡㅠ



귀욤 말썽꾸러기, 완성된 머리





당시 6세, 그때부터 시작이었지요.



첫째는 또래보다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다는 소릴 듣는 편입니다. 안 그래도 그런 아이가 꾀가 생기기 시작하자 할머니 댁에 가면 뭐든 허용된다는 어설픈 눈치가 생긴 모양이었습니다. 어찌나 제 눈치를 보며 부러 멜롱 멜롱 거리듯 말을 안 듣던지요.. 부글부글~~





"엽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엄마 또 집에 갈 때 차 안에서 혼내려고 그러지?"


"......(부글부글, 와와 와와와~~~~)"





곧 8세가 되는 요즘은 덜한데 6세부터 시작해서 7세 중반까지 할머니 집에만 가면 마치 첨 본 애처럼 말을 안 듣는 겁니다. 웬만하면 그냥 두라고 하시는 어른들의 소릴 듣다 보니 아주 약은 꾀가 생긴 게지요. 그럴 때면 전 어른들이 계신 곳이니 몇 마디로 단호히 주의를 주지만 할머니가 대장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제 말빨이 먹힐 리가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자꾸 아이에게 주의를 주게 된 것입니다.














또 한 번은 아이가 시댁 소파에 앉아 팝잇(손가락으로 누르면 똑 소리 나며 들어가는 장난감)을 빠른 손놀림으로 누르며 할머니께 요렇게 말하는 겁니다.





"할머니, 할머니도 이것 좀 가지고 놀아봐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느낌도 엄청 좋아요!"


"응? 하하하하하하하, 쪼꼼 한 게 뭐 그리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그런 말을 다해? 하하하하하하하."


"엄마한테 혼나고 그럴 때 이거 만지면 스트레스 풀리고 좋아요 할머니!"


"어? 하.. 하.. 하....."






시댁에 자주 가는데 요런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자, 아이에게 저는 진지하게 설명을 했지요.





"엽아, 엄마가 니들 그렇게 혼내? 막 시도 때도 없이 혼내고 그런 사람이야?"


"그건 아니지만, 혼낼 때도 있잖아."


"엄마가 늘 좋은 말로 여러 번 얘기하지, 그렇게 해도 말 안 들으면 혼 나는 거지?"


"응. 그러니까 혼내는 건 혼내는 거잖아."


"잘못했을 땐 혼날 수도 있지. 엄마는 너희가 바르게 자라라고 알려주는 거야. 그런데 동엽이가 할머니께 매번 그렇게 얘기하면 할머니는 매일 엄청 크게 혼나는지 알고 걱정하시잖아. 그리고 엄마 나쁜 사람인 줄 알 수도 있지."


"아~ 그런 거야 엄마? 그러면 안 되는데. 엄마 착한 사람인데. 알겠어 이제 안 그럴게."


"그래. 알겠어. 엄마도 더 너그러워지도록 할게."













그리고 며칠 후 시댁에 또 갈 일이 생겼었죠.

아이가 제 말을 진심으로 알아들은 것인지 말을 좀 잘 듣고 말썽도 덜 피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였어요.





"엄마, 그런데 그때 왜 물 쏟은 거 용서 안 해줬어?"


"잉?(와와 와와와~~~~~) 엄마가 언제 용서를 안 해줬어."


"애미야 네가 친엄마이니 망정이지 계모면 진짜 믿었겠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러니까요. 어머니ㅜㅡㅠ"




다행히 평소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뵈면서 저를 잘 아시는 어머니는 다른 오해는 안 하시는 듯 보였어요. 휴우~~ 아이 입장에서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한 것뿐인데.. 그래도 매번 식은땀을 흘렸더랬지요. 그때 이후론 제가 좀 포기를 했죠.

그리고 점점 버릇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신 어른들이 이젠 안 되는 것을 함께 교육해주시니 아이는 집과 시댁에서 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한동안은 참 난감했던 것 같아요.

물 쏟은 것도 용서를 안 해준다면 제가 집에선 아이를 매일 혼내고 잡아먹는 줄로 아셨을지 모를 일이지요. 푸하하하하하하



사실 전 스스로 또래보다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성인 스스로 혼자만의 감정 조절도 힘든 것이라 생각했지만, 부모로서 아이를 상대로 감정을 조절하고 뭐든 적당히 주는 것은 정말 더 많은, 인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땅의 평범한 모든 부모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녁이 되니 아이가 다시 스을~ 열이 오르기 시작하네요. 왜 때문인 것인지... 전 오늘도 잠은 다 잔 것 같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

여러분들 오늘은 온몸을 주무르는 편안한 잠에 드시어 제 몫까지 아주 푸욱 주무시길영~♡




이 개구쟁이 아들, 아프지 말고 어서 나아,

그래야 또 주말에 할머니께 뭐라도 일러주지이.


푸하하하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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