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 지도를 그리고도 당당한 딸.
엄마 내 말이 맞지?
오늘 아침도 폰 알람이 난타를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이들보다 먼저 일어난 나는 배에 힘을 뽝 주고 벌떡 일어나(하루에 유일하게 하는 빡센 운동?) 물 한 잔을 마시곤 욕실로 향했다. 나는 시간에 쫓기듯 빠르게 씻고 머리엔 수건을 두르고 거실로 다시 나왔다.
씻느라 인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건만 언제 깬 것인지 딸아이가 스스로 안방에서 나와 조용히 소파를 등받이 삼아 앉아 있었다.
"어이쿠 귀요미 언제 깼져용? 잘 자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보면 내 혀가 점점 짧아지는 요상한 마술을 경험을 하곤 한다. 엄마가 건네는 혀 짧은 아침인사를 멋쩍은 웃음으로 답하는 딸아이.
"응. 엄마 그런데 요기만 바지가 조큼 젖었더." (멋쩍은 미소로 바지 일부를 만지며)
'쉬야 쌌어'라며 딸아이의 찝찝한 표정이 이미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고, 바지를 더듬어보니 조큼은, 조큼이 아니었던 거시었던 것이었다. 엉덩이부터 허벅지 부분까지 모두 흥건히 젖어있었던 것.
"잉? 지윤아 조큼이 아니라 많이 젖었는데? 춥지 않아?"(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딸아이는 내 말이 떨어지지 마자 황당하단 표정으로 머리, 얼굴, 어깨, 팔, 배, 종아리, 발... 그러니까 온몸에 쉬야가 묻지 않은 부분은 죄다 짚어가며 말을 한다.
"엄마,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여기, 그리고 또 여기도 안 젖었잖아." (파워 당당한 표정과 어투로)
"아... 하하하하하하하. 그래 듣고 보니 온 몸에 비하면 조금이네 조금... 우리 딸 말이 맞네?"
"내 말이 맞지 엄마? 조금이지?"
아침부터 다섯 살 딸아이의 자기 합리화의 끝판왕을 보곤 웃음이 뽱 터졌다. 내가 웃으니 딸아이도 한참을 같이 웃었다.
푸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그으래 딸, 이리 쉬야를 우리나라 지도만콤 쌌으니 엄마가 두우꺼운 이불 빨래를 두 개만 하지, 세계지도를 그렸더라면 아마 집에 있는 이불 빨래란 빨래는 죄다 했을 거여? 그치이~~? 고마워해야 해 아주우 그치이~~?!!
푸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딸,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엄마가 이까짓 이불 빨래쯤이야 얼마든 해줄게~~~ 사랑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