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말이야.

by 윤슬

지난주 평일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창 일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은 굳이 넓은 거실을 두고 좁은 내 방으로 들어와 괜히 주변을 서성이며 놀고 있었다.



둘째 - " 엄마 일 끝나고 나랑 놀아 줄 거지?"

나아 - "그래. 알겠어~"

첫째 - " 야. 너 근데 그거 알아? 엄마 일 안 끝나!!" (-_-;;헉. 들켰다. 예리한 자슥!!)




첫째의 그 말에 빵 터진 나는 웃음을 참지 못 하고 큰소리로 웃어 버렸다. 그런데 그리 경박하게 웃어 대던 나의 웃음소리는 급격히 작아지다 이내 급히 멈췄다. 아이의 말이 똘똘하고 귀엽게 느껴지면서도 한 편으론 미안하고 씁쓸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낮



나는 거실에서 일자로 이어진 주방에 서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점심 준비를 마무리할 때까지 가끔 엄마를 찾아가며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두 남매는 안방에서 이불과 베개들을 가지고 나와 거실 매트 위의 끝을 잘 맞춰 깔끔하게 편 다음 베개들을 가지런히 놓는다. 하~~, 자는 놀이를 하시겠다는 귀여운 녀석들이다. (참.. 좋을 때다. 푸핫)



둘째 - "여기는 아빠 자리, 여기는 엄마 자리, 여기는 오빠 자리.... 어? 지윤이 자리는 없잖아. 힝~"

첫째 - "아! 그럼. 엄마 자릴 빼면 되겠다. 어차피 엄마는 일 해서 못 자!"

아빠 - "왜~ 엄마 그래도 잠은 자는데?"

첫째 - "아빠. 어차피 이 놀이도 자기 전에는 끝나!"(-_-;;앗, 노.. 논리적이닷!)




평일 오후 4시쯤 아이들이 유치원 차량에서 내리면 대부분 놀이터로 바로 향했고, 주말 이틀 동안에도 바쁘지만 짬을 내서 놀이터라도 데리고 나가 몇 시간씩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던 나다.


그래, 그랬음에도 아이들 입장에선 평일 낮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고, 육아와 살림, 일을 병행하는 엄마의 품이 늘 모자라게 느껴졌을 것이 당연했으리.









미안하지만 말이야...



최근 아이들의 말이 은근 신경 쓰였던 나는 이번 주말은 다른 주말과는 다르게 낮 동안엔 일을 하지 않고 오랜만에 아이들과 오롯이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같이 밥을 먹고, 티브이도 보고, 놀이터도 함께 다녀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벌써 하루, 이틀이 다 지나 있었다.


오후 5시, 놀이터 주변이 벌써 어둑어둑 해진 관계로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달래 집으로 돌아왔다. 놀이터에서 돌아오자마자 두 아이를 번갈아 씻기고, 급히 저녁을 준비해 저녁까지도 잘 해결했다. 한바탕 뭔가가 휩쓸고 지나간 듯한 식탁 위를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마치자 이미 저녁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드디어 오늘, 그리고 주말의 모든 일들이 끝난 것만 같아 괜스레 마음이 편해진 나. 왜 꼭 평일이든 주말이든 저녁 설거지까지 마쳐야 하루를 마무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들까? 급 기분이 상쾌해진 내가 거실을 지나는 신랑을 쳐다보며, 은근 함성을 지르듯 오버하며 말했다.



나아 -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동시에 허공을 힘차게 찌르며) 만세 드디어 내일 월요일이닷!!!!! 하하하하하하하

신랑- "아앜..... 난 월요일이 젤 싫어!!!!!!!!!!!!!"

첫째 - "엄마. 월요일이 왜 제일 좋아? 난 엄마랑 같이 있는 주말이 젤 좋은데.."

나아 - "으응? 월요일은 한 주를 시작하는 활기찬 날이니까!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봐도.. 가식적이닷)

첫째 - "엄마... 설마 우리가 말 안 들어서 월요일이 젤 좋다는 건 아니겠지?" (-_-;;엌.. 들켜똬아)

나아 - 그.. 그럴 리가 .. 하하하하하하하







얘들아, 엄마는 너희와 있는 시간이 젤 좋고 행복해~ 그렇지만 엄마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평일 동안 충전해서 주말엔 또 집중해서 놀아줄 수 있도록 할게~ 많이 많이 사랑해^^♡


























아.. 난 분명히 너희들과 있는 시간이 젤 행복한데, 정말인데.. 엄만 왜? 월요일이.. 아니 사실 일요일 밤 이 시간이 젤 좋단다.

하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_<앜.. 마음의 소리가... 아.. 아무도 못 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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