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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안블루

-딩가케이크

by 넷마인


파란색은 음식에 잘 쓰이지 않는다. 식욕을 떨어트리는 색이라고 한다. 반대로 식욕을 당기는 색은 붉은색 오렌지색 초록색이 대표적인데, 과일 채소 등의 식재료를 보면 그런 색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파란색 케이크가 눈 앞에 놓였다.

이걸 먹음직스럽다고 표현해야하나… 잠시 망설였다. 접시도 케이크를 먹고 나면 잘라서 같이 먹어줘야 할까 싶게 깔맞춤이다. 그냥 예쁘다.


좋은 날씨의 청명한 하늘색,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여린 핑크색. 만들어낸 먹을 거리는 이렇게 대조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색다른 것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작은 여행과도 같을 듯하다. 여행은, 특히 먼 여행은 그것이 아무리 안전하게 계획되었더라도 위험을 감수해야하는데, 카페 여행은 그런 걱정이 없다. 카페가 많아지면서 선택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다. 우리는 일상에서 거의 같은 공간에 머무르지만, 커피를 마시러간다는 이유로 색다른 공간들도 경험할 수 있으니 이 많은 카페의 주인들과 종사자들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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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사진으로 보니 맛있게 보이지 않는 게 확실한데, 그날은 맛있겠다를 연발하며 먹었다. 솔직히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80년대 미국식 가정집으로 꾸며놓았다는 이 카페는, 같은 시절 티비에서 본 외화 장면들을 소환해 주었다. 낮설면서도 익숙한 … 이상한 느낌이 든다. 내가 직접 살아본 적이 없는 집인데 말이다. 계단 난간이나 쇼파나 테이블이 약간씩 낡아 있다. 스스로 낡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낡은 것들이 익숙할 거라는 것은 환상이다.


그시절 미국은 물질문명의 최강자답게 가장 화려하던 시절이고, 중산층들은 100년전 록펠러보다도 부유하게 살았을 것이다. 여기저기 장식된 소품들. 의외로 이런 것들은 사진에 담으면 근사해진다. 낡은 것일수록 신형 카메라에 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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