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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홍대

Feat. 예술의 전당

by 넷마인


2022년 여름. 홍대입구역 3번출구 앞 경의선숲길 한가운데 쯤에 사무실을 얻었다. 오랜 나의 손발이었던 아이맥과 틈틈히 모아온 커피도구들을 옮기며 무척 행복했다. 이 근처는 누구나 아는 카페의 성지다.


문득 예전에 서초 예술의 전당에 갈 때마다 너무나 많은 카페 수에 놀란 기억이 난다. 각 건물별 층별로 카페가 몇 개씩 있고 심지어 광장에도 노천카페가 몇 개씩 있는데, 그 사이사이 틈나는 공간에도 커피자판기가 일반커피 고급커피 원두커피... 등 나름 단게별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어디를 걸어가도 커피향이 나고 음악이 들리고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예술의 전당 전체가 마치 거대한 카페 같았다. 홍대 근처는 그런 느낌이다. 어디가 경계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 발을 딛으면 ‘카페 홍대’에 왔구나 고 느끼게 된다.


과연 어디까지가 홍대일까?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이 있으니 그 근처나 혹은 말그대로 홍익대학교 주변이라고 알고 있으시다면 큰 착각이다. 시작은 홍대입구역이 맞는 것 같으나, 그 반경이 점점 넓어져 지금은 역을 끼고 있는 서교동 동교동 연남동에서 합정동 상수동 망원동... 심지어 신촌이라고 불릴 법한 창천동 신촌동까지도 ‘홍대’라고 통칭되는 듯하다. 행정구역과는 상관없는 일종의 상권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특색을 이루는 요소 중엔 분명 이곳만의 카페문화도 한몫했다고 본다.


2010년 전후 유독 커피와 카페 붐이 크게 일었었는데, 카페를 차리려는 사람들은 홍대근처의 특색있는 카페들을 다녀가는 게 필수였다. <커피프린스1호점>이라는 근사한 드라마의 촬영지여서 그랬다는 설과, 커피맛이 전국에서 탑티어를 찍게 만든 커피 장인들이 모여들어 그랬다는 설이 있다. 드라마가 대히트였으니 전자도 맞는 말이고, 현재 커피로 전국 3대장 중 한 곳이 여기 있다니 후자도 맞는 말이다. (서울 커피리브레, 강릉 테라로사, 부산 모모스를 국내 3대 커피라고들 한다.)


그러한 이유들과 더불어 결국은 상주하는 사람들 외에도 커피를 즐기러 홍대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카페 종사자나 커피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모인다는 것이 명성을 유지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근처에는 여러 대학이 모여 있어 젊은이들의 에너지와 실험정신이 넘치며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래된 동네인데도 불구하고 새로울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마포에 첫 직장을 얻고 상경 한 지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여전히 이곳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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