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원동 소아과
시장근처 좁은 찻길에 ‘윤진열 소아과의원’ 이라는 간판이 크게 보인다. 실제로는 소아과가 아니고 옛 병원을 개조해 만든 카페란다. 티비 연속극에서 많이 보던, 가정집이 딸리고 앞마당을 지나면 바로 병원으로 출근하게 되는 친근한 동네 이웃 의사선생님 모습이 생각난다.
무서운 것을 캐릭터나 장난감으로 만들면 더 인기가 좋다고 들었다. 곰인형이라든가 카카오 라이언이라든가.... 그래서인지 어릴때 하는 놀이 중 소꿉놀이와 쌍벽을 이루는 게 병원놀이인가 보다. 코로나로 마스크가 필수인 때라 계산대 앞 병원용 대기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영락없이 환자가 처방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이다. 병원놀이가 진화를 했다. 설탕이 약봉지에 나오고, 알약처럼 생긴 젤리도 판다.
외려 요즘 동네 병원들은 카페처럼 편하게 쇼파도 있고 책도 있고 음악도 있고 차도 마시게 해 놓았지만 별로 편치가 않은데, 이곳이 병원이 아니라 참말로 다행이다. 몇 년 전 30년이 넘은 빵집이 없어지고 패스트푸드점으로 바뀐 걸 보고 많이 아쉬워했는데, 카페는 옛 것을 남겨 두고도 이렇게 멋지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병원을 추억하며 커피를 마시는 게 커피를 마시면서 병원에 있는 것보다 오조오억 배는 좋다는 걸 이곳이 아니면 어디서 알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