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C인터내셔널
대규모 로스팅을 하는 커피공장들은 주로 서울 외곽에 있다. 연기가 많이 나면 민원도 들어오고, 큰 시설을 갖추기엔 땅값도 비싸니까. 그렇지만 갖구운 빵처럼 신선한 원두를 찾는 사람이 늘면 그런 곳도 늘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엔 로스터리 카페도 많아지고 있다.
이곳은 원두만 파는 생두 유통 전문매장. 주택가에 이런 데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직접 로스팅을 해볼수도 있단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커피로스팅 과정은 커피가 향미를 가지게 만드는 필수 과정이다.
원두-로스팅-바리스타의 숙련도, 이 세가지가 실제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인데 로스팅은 커피가 사람에 의해 가공되는 첫단계인 것이다.
먼 이국 땅 농부들이 수확한 갖가지 생두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에 결정장애가 온다. 연두빛 생두가 로스팅 기계에서 조금씩 갈색으로 짙어어지는 것이 푸른 나뭇잎이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다. 또 다른 수확을 하는 기분이다.
수확한 원두 두 봉지를 들고 집으로 오는 내내 가방에서 커피향이 나고 괜히 마음이 설렌다. 7일이면 미미한 금단증상마저도 사라진다는 '중독'에서만큼은 무해한 커피를,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중독되었다고 믿고 산다. 아무래도 이 커피향이 그 원인인 것 같다.
마치 밥짓는 냄새를 맡으면, 귀가할 가족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 나는 것처럼 어떤 향수鄕愁가 겹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그리운 건지 모를 안타까움까지 겸비되는 날이면 커피를 안마실 수가 없게 된다. 외출이 어려운 비오는 날 유독 커피맛이 좋은 건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