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리브레
‘리브레-Libre’는 ‘자유’라는 뜻이지만 ‘여유’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좋은 말이다. 그러고보니 자유는 어쩐지 필사적으로 쟁취해야하거나 지켜내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에 반해 여유는 이미 갖고 있는 것, 남에게 나눠주는 것들이 떠오른다. 자유가 없으면 여유도 없고, 여유가 없다면 자유가 아닌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남부유럽의 풍족하고 따뜻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균형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풍족한 자연환경이지만 때때론 가혹했던 날도 있었겠지. 많은 걸 가졌지만 마음이 오히려 더 각박해지는 때도 있었겟지.
열심히 노력해서 이루고 나면 나눠주는 것이 ‘리브레’인가 보다.
오래된 시장의 후미진 곳에서 만난 일명 국내 일타커피. 아라비카 커피의 유전자게놈시퀀스가 점묘화처럼 그려진 포스터가 이곳이 커피장인들의 아지트인 걸 알려주는 것 같다. 내내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마도 둠메탈인 듯한데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왠지 이곳과 어울린다. 낡은 창문에 자리잡은 거미줄과 이곳의 상징인 가면얼굴의 그림들, 한약방에나 있어야 할 약장에 놓인 원두봉지들.... 자유를 위해 비밀아지트에서 모인 레지스탕스가 된 기분이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어떤 자유를 갈망했고, 커피의 유전자 정보가 내 몸의 유전자 정보와 오묘한 결합을 해서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처음 맛보는 기가막힌 조합의 라떼를 접하니 이미 그렇게 되었나도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