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별안간 아이가 복통을 호소했다.
맹장염일까 싶어 급한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배가 아파 뒤뚱거리며 걷는 아이가 안쓰러워 둘러업고 병원 주차장에서 응급센터까지 뛰었다.
언제 이렇게 무거워졌나 싶다.
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이가 내 후들거림을 느꼈는지 업힌 채,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아빠, 미안해."
다행히 맹장염은 아니라 간단히 약처방을 받고 귀가했다.
'아빠, 미안해'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아빠, 고마워'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는 미안하다는 표현을 선택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내가 더 미안하고, 울컥한 감정과 함께 두 다리에 힘이 바짝 채워진 것 같았다.
어떤 상황에서의 '미안해'는 '고마워'보다 100배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아이가 고마움을 넘어선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아이가 귀에 대고 속삭인 "아빠, 미안해"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내 귓전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