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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마꼬 Dec 08. 2024

참새 소녀의 한 숨

- 휴~ 작년에 입학 안 하길 잘했다!!-

2024년 11월 21일 목요일 


출장이 있어서 5교시는 보결을 맡겨야 했다. 

1학년에게 보결은 나의 자식을 다른 부모한테 맡기는 입장이다. 그래서 출장을 가면서도 마음이 참 불편했다. 우리 반 친구들이 5교시를 무사하게 보내고 하교를 잘 하였는 지 늘 마음이 쓰인다. 이번 보결은 운이 좋았다. 작년에 1학년 동학년을 한 부장님께서 오시게 되었다. 다른 학년의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과, 1학년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계신 선생님과는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난 다른 때 보결보다 마음이 조금 가벼웠다. 

출장을 마치고 아이들이 잘 하교했는지, 부장님과의 통화에서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정말 손하나 가지 않게 잘 하던 걸요? 

내일 오셔서 아이들 칭찬 많이 해 주세요!"

내심 마음이 흐뭇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 반 가장 먼저 등교하는 부지런쟁이인 하율이가 나를 반기며 말했다. 

"선생님, 어제 선생님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 

선생님께서 너희들 정말 잘 했다고 하셨어. 칭찬해 주라고 하셨는데....?"

"무서워서 조용한 거죠."

"뭐가 무서웠어?"

"표정이 웃지 않았어요"

"아~ 그랬구나. 그래도 작년에 1학년 담임 선생님도 맡으셨어."

"정말요?!

아휴!! 작년에 1학년으로 입학 안 하길 잘했다!!"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하는데 정말 귀여운 참새같았다. 아이들이 하나, 둘씩 등교하면서 마치 며칠간 만나지 못했던 엄마에게 고자질 하듯이 어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는데 아침 시간이 매우 시끌벅적했다. 가끔씩 보결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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