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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Aug 04. 2022

#10. 이직 그 후,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

10년 차 직장인의 첫 이직 경험담과 소소한 팁 (epilogue)

신입 시절엔 회사의 규모나 이름이
나의 자부심이었다.


 1. 취준생 시절, 눈앞에 목표는 대기업/공기업 등 누구나 들으면 알법한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었다.

반년의 노력 끝에 그래도 사람들이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B2B 영업 직무로 입사해 고객사, 대리점을 열심히 돌아다니던 시절, 업무를 하며 친해진 한 대리점의 부장님은 "회사의 간판에 취하지 말고, 스스로 이름 석자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조언해 주셨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그 말의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  


 2. 그리고 9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회사 내에서 어떤 직무를 하고, 어떤 경력을 쌓아갈 것인가, 어떻게 빨리 리더의 자리로 올라갈 것인지만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나름 회사 내에서 인정도 받아, 여러 선발 교육에도 참여했고, 회사에서 보내준 MBA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한 회사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가고, 목표한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9년 차가 되던 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회사도 조직도 리더도 많은 것들에 변화가 찾아왔다. 1년간 많은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몸도 마음도 지쳐갔고, 어느 순간 탈출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근 후 집에 오면 새벽까지 이력서를 쓰고 다시금 아침 일찍 출근하는 생활을 반년 정도 한 끝에 이직에 성공했다. 제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조금 멀지만 판교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떠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    


 3. 판교로 출근한지도 5개월, 더는 못 버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 번째 이직을 준비했다. 사실 무언가 준비하기도 전에 선 퇴사를 했다. 오너회사에서 겪은 만성화된 야근, 불합리한 의사결정 과정, 원치 않았던 직무 이동 등 모든 것들이 힘들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첫 이직은 실패였다. 모든 것이 좋을 것만 같았던 판교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쉬는 동안 들어온 이직 제안으로 또다시 한 달 만에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백수로 지내며 나에게 맞는 회사는 어디인가 여유 있게 고민하기엔 내가 그리 배포 있는 놈은 아니었다.


이젠 회사가 아닌 나에게
어떤 성공 경험이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4. 세 번째 회사는 다행히 일하는 방식, 직무 등 적응이 수월했다. 대기업 계열사로 처우 등 조건도 더 좋아졌다. 그리고 1년이 흘러갔다. 일도 손에 익었고, 주변 사람들과도 무난히 잘 지내게 되었다. 환경에 큰 변화도 없었고 이렇게 조직에 잘 스며들며 성과를 내면 되었다. 그렇게 겉보기엔 무난하고 평온한 직장 생활이었지만, 스스로는 조금씩 불안해져 갔다.     


 5. 1년의 시간 동안 " 무엇을 축적했고, 조금이나마 성장걸까"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지난 10년은 영업  현업을 하며, 전략/기획업무를 하며 무언가를 배우고, 작은 성공 경험들을 통해 성장해온 기억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경험도 기억도 없었다. 보고서를 쓰고, 의사결정을 받고, 업무를 추진하고,  결과를 추적/관리하는 익숙한 일이었고, 제법 능숙하게 해냈지만 무언가 답답함이 찾아왔다. 60 정년, 대기업 평균 퇴직이 55 정도라면 아직 15 이상  일을 해야 하는데  15 동안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아니 앞으로의 5, 10년은 무슨 일을 하고 싶고,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커져갔다.

 

앞으로의 10년은
무슨 일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6. "당신의 커리어.. 안녕한가요!?"는 사실 글의 제목이기에 앞서 나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내 커리어는 괜찮은 걸까? 내가 생각하고 꿈꿔온 그 커리어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라는 나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누군가 답을 찾았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찾지 못했고 여전히 고민 중이라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입사원 시절엔 막연하게 영업 경험을 해보고 그걸 바탕으로 나중엔 기획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면담 자리,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떠들었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기획자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엔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7.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싶어 할 것이다. "이직이 그 답이 될 수 있냐"라고 묻는다면, "꼭 그게 답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직해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고민의 방향성이 회사가 아닌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0년 전, 한 대리점 부장님이 해주셨던 "회사 간판이 아닌 내 이름 석자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는 그 말이 이제야 새삼 가슴 깊이 와닿는다. 당신의 커리어는 안녕한가요?라는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아마 그 고민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글들은 계속 쓸 것 같다.  


 대리점 부장님에서 이제는 자기 사업체의 사장님이 되신 그분께 오랜만에 연락드려 봐야겠다. 이제는 달라진 고민들에 대해 좀 더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신입사원인 나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시던 그 시절의 부장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쯤이었던 것 같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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