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직장인의 첫 이직 경험담과 소소한 팁
모든 게 좋아질 것만 같은 이직도, 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이직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만 같은 희망을 안고 새로운 회사에 출근했지만, 막상 현실은 기대만큼 장밋빛이 아니었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특히 연차가 쌓일수록 기존 회사의 일하는 방식, 인적 자원 등을 버리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받고, 힘든 게 당연하다. 필자의 경우, 첫 이직한 회사에서 특별히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3개월 만에 6~7kg 몸무게가 준 경험도 있다. 한 심리학 강사분은 이직 시 받는 스트레스가 친한 친구의 죽음만큼의 강도라고 한다.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하면 도움되고, 어떤 것들은 피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아보자.
새로운 마음가짐은 얼마 안 간다. 새로운 루틴을 만들자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면, 빨리 적응하고 빨리 성과를 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수 있다. 초반부터 열심히 적응하고, 업무를 쳐내는 것도 좋으나 너무 빨리 달리면 그만큼 빨리 지칠 수 있다. 하물며, 시스템/조직/사람 등 나만 빼고 모든 환경이 달라졌다. 육체적/심적 적응을 위해 3개월 정도는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루틴을 만들자. 출근길, 일하는 시간, 중간에 짬을 내어 쉬는 방식 등 새로운 루틴을 쌓아 몸과 마음이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는 첫 이직을 판교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했는데,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 옮기니 모든 게 낯설고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출퇴근 길 스트레스 해소 겸 공부를 위해 오디오북을 듣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빠르게 해결한 뒤 공원을 20~30분 산책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전 직장은 여의도에 위치했으나,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점심 먹고 산책해 본적이 거의 없음에도 새로운 곳에서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적응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게 심적/육체적으로 회사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일은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고 성과도 낼 수 있다. 그 첫 시작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새로운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조직과 사람을 빨리 파악하자 (Feat. 나만의 조직도 그리기)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면 조직과 사람이 익숙하지 않아, 업무 협조를 구하는 등 일을 할 때 어려움이 발생한다. 회사 내 친절하게 구축된 조직도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다면 스스로 본인이 속한 조직 내 조직도를 만들고 틈날 때마다 외우자. 필자는 사람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어서 회사 내 조직을 옮길 때면 항상 자리 기준으로 조직도부터 그리고 틈 날 때마다 사람 이름과 얼굴을 매칭 시켜가며 기억하곤 했다. 이러한 습관이 새로운 회사에 출근해서도 빠르게 조직원들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손으로 그려도 좋고, 스마트폰에 메모해 두어도 좋다. 그때그때 기억 안 나면 찾아볼 수 있게 끔 내 주변 조직과 사람을 매칭 시킨 나만의 조직도를 만들어보자. 초기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연차에 관계없이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들이자
새로운 회사에는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밖에 없다.(면접 과정에서 구면인 사람 빼곤) 필자는 10년 차 시니어 경력으로 이직했지만, 전 직장은 나보다 선배가 많은 구조였다. 반대로 새로운 회사는 나보다 어린 구성원들이 70~80%였다.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반갑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데, 누군지도 모르겠고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반갑게 같이 인사하는 것, 그리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뿐이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은 잘 받아준다.(안 받아줘도 상처받지 말자) 그리고 한두 번 이렇게 인사라도 건넨 사이라면 얼굴과 이름을 외우기도 수월하고, 나중에 업무적으로 협조를 구하거나 같이 일을 할 때 적응하기도 편하다. 신입사원 교육 때 들었던 "인사는 돈 안 들이고 좋은 첫인상을 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는 한 선배의 말을 이직한 이후에도 떠올리게 되었다. 연차에 관계없이 먼저 반갑게 인사하자. 새로운 조직에서도 좋은 첫인상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전 직장, 조직과의 비교는 금물
새로운 회사, 프로세스에 적응하다 보면 좋은 것보다는 불편하고 안 좋은 것들이 먼저 눈에 띄곤 한다. 특히 연차가 좀 쌓였거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서 좀 더 작은 기업으로 이직을 하면 그런 것들이 더 눈에 띈다. 필자도 제조 대기업에서 중소 소프트웨어 회사로 이직을 하다 보니, "왜 이렇게 일을 하지", "왜 시스템이 이렇지"란 의문이 계속 떠오르곤 했다. 그래도 전 회사와 비교하며 문제점을 얘기하는 건 피하자. 사람/조직과 비교가 되는 순간 좋은 의도로 얘기했어도 비교에 방점에 찍혀 그 의도대로 전달되기 힘들다. 정말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면 시간을 두고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 얘기하는 게 좋다. 여기서도 되도록 전 직장과 비교는 피하는 게 좋다. 전 회사는 안 그랬는데, 대기업은 이렇게 안 하는데 등 직접 비교되는 표현은 금물이다. 당신은 이제 새로운 회사의 일원이다. 떠나온 조직과의 비교는 나에게만 마이너스임을 기억하자.
첫 이직, 그리고 짧은 기간 내 두 번째 이직을 하고 나서는 "좋은 회사는 없다. 다만, 나에게 맞는 회사가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실감되었다. 외부에서 볼 땐 다양한 조건들과 영위하는 사업들도 좋아 보였으나, 실제 입사 후 겪어보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나에게 맞는 점, 맞지 않는 점을 비교해보면 맞지 않는 점이 더 많은 경우도 있었다. 결국 좋다는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고, 그 기준은 오롯이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직 후, 달라진 점과 달라진 생각들, 10년 차 직장인이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며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