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밤은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밤이면 찾아오는 몽상가 기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by 흔들의자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작가님의 산문집 제목을 차용해서 이번 글의 제목을 지어봤다. 산문집은 원래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었으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고민 없이 쉽게 집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밤이면 이 책을 꺼내 든다.


평소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꾸준하게 읽는 타입도 아니지만, 왠지 한번 손댄 책은 끝까지 읽어야만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강박에 사로 잡히곤 한다. 그래서 문득 손에 잡은 책을 끝까지 다 못 읽게 되면 자연스레 다른 책들과도 멀어지게 된다.


그런 일종의 강박증에 사로잡힌 나에게 이 책은 두고두고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다. 짧은 산문들과 나뭇잎 소설이라는 짧은 단편소설들의 묶음이지만, 읽다 보면 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온 나에게 약간의 말랑함과 마음속 촉촉함을 선사해준다. 그래서 맥주를 원샷하는 느낌으로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기보단 위스키를 조금씩 홀짝이듯 하루에 20페이지 남짓, 세네 개의 주제를 읽고 나면 덮어둔다.


오늘은 그런 말랑한 시간에


이런저런 '딴생각'을 하고 있다. 그 '딴생각'의 주제라 함은.. 넷플릭스 뭐 보지, 요새 볼만한 책 뭐 있나, 이 시간에 운동해도 될까, 위스키나 맥주 한잔 할까, 창업한다는 친구 녀석 잘되면 스카웃 좀 해달라 해볼까, 잠도 안 오는데 브런치 글이나 끄적여 볼까 등등 굉장히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사소한 하찮음이 좋아, 언제고 이 시간이면 '딴생각'에 빠져든다.


1년 전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하찮은 '딴생각'은 사치스럽게 보였다. 퇴근 이후에도 밀려드는 업무 전화, 메일, 메신저, 그리고 오전부터 해야 할 업무 보고 생각들로 '딴생각'에게 머릿속 공간을 내어줄 여유 따윈 없었다. 그리고 머릿속 생각을 가득 채우던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난 순간, 온전히 나와 가족과 관련된 '딴생각'들을 할 공간이 생겨났다.


기획일을 하며 들게 된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는 결론이 안 날 거 같거나, 비합리적인 것 같은 생각들은 의식적으로 멀리하게 된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와 주변에 도움이 되거나, 빠르게 결론에 다다를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생각을 해왔다. 시간과 생각을 허투루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못 견뎌했다.


내가 변한 건지, 주변 환경이 변해서인지


그도 아니면 나이를 좀 더 먹어서 인지, 요새는 '딴생각'을 할만한 심적/시간적 여유를 의식적으로 만들고 있다. '멍 때리기'와는 조금 다른 '생각의 가지치기'라는 표현이 적확할진 모르겠지만, '딴생각'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재미난 아이디어나 새롭게 해 볼 만한 것들로 생각이 이어지곤 한다.


에세이 같기도 한 지금의 이 글도 그러한 '딴생각'의 결과물로 일단 써보고 있다. 나만 쓰고, 읽고, 치운다면 조금 서글플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또 다른 '딴생각'으로 가지치기가 이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 밤에 키보드를 잡은 내 사소한 노력이 조금은 결실을 맺은 것임에 기쁠 것도 같다.


당신은 언제 '딴생각'하기를 좋아하나요?

그리고 그 주제는 보통 어떠한가요? 다른 이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개인적인 주제일 수도, 너무도 사소한 주제일 수도 있다. 그저 이 밤에 잠 못 들고 '딴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도 고생했으니 잠시 쉬어가며 마음껏 '딴생각'을 해도 된다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나저나 오늘 밤도 일찍 자기는 그른 모양이다. '딴생각'하다 말고 글까지 쓰고 있으니... 이 글을 발행하고 나면, 그래도 아직은 회사 출근 준비 전까지 7시간 남짓 남아있으니.. 조금만 더 '딴생각'에 시간을 할애해 볼까 한다.


모두들 굿나잇 딴생각... Zzz (이도우 작가님의 굿나잇 책방이 떠올라서...)




이미지 출처 : Photo by guille pozz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