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그 안에서 발견한 좋아하는 시간에 대해
어떤 걸 좋아하세요?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가벼운 물음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는 건, 여전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는 너무 사소한 것들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은 계면쩍고 부끄러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느 시절마다 좋아하는 것들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무엇을 뚜렷하게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애매한 시절은 없었던 것 같다. 대학시절엔 '모험을 떠나본 적이 언제인가'라는 카피에 반해 밤새워 WOW를 할 만큼 게임들을 좋아했었고, 사회초년생 시절엔 좋은 선배/동기들과 함께하는 왁자지껄한 술자리가 좋아, 일주일에 3~4일은 그들과의 술자리에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좋아하는 것들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처럼 무엇하나 뚜렷하고 자신 있게 좋아하는 게 무엇이라 말하지 못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 것들은 늘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그냥', '그저 좋아하는' 부류의 것들이 점차 줄어간다.
몇 번의 이직을 하며, 일 또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갈피를 잃어버렸다. 기왕 하는 일이라면, 손에 잡힌 일이라면, '열심히, 잘하고 싶은 욕심'은 여전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냐는 질문엔 흔쾌히 그렇다고 답을 하지 못한다. 결국 일을 계속해 나가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야겠지만, 일이 아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도 흐릿해져 가는 것 같아 한 달 전쯤부터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달쯤 글을 쓰긴 했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
대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가족들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든 시간,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나 또한 잠자리에 들기 전 그 약간의 시간 동안 짬을 내어 글을 쓰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1시간 남짓, 글을 쓰다 보면 잘 안 써지기도 하고, 혼자만의 감성에 취해 내일 아침이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지워버릴 글들을 쓰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 시간이 좋다.
무언가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재미가 없는 듯싶기도 하며, 좋아하는 게 점차 줄어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그땐 하루 중 틈틈이 좋아하는 시간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시간에 하고 있는 것들을 의식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어 있지 않을까.
요즘 들어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버스 타고 출근하며 그저 퇴근하고 싶다고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는 시간, 점심시간 휴게실에 앉아 오롯이 혼자 보내는 시간, 오늘 하루도 고생했으니 멍 때리며 퇴근하는 시간, 그리고 지금 이렇게 얼마 안 남은 하루의 마무리를 글을 쓰며 보내는 시간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 꼭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겠다면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느낌이 든다면 좋아하는 '대상'을 찾기 전 좋아하는 ‘시간’을 찾아보자. 그러다 보면 그 시간에 하는 일들이 좋아질 수도 있다. 나 또한 자꾸 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글 쓰는 것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내가 쓴 낯 부끄러운 글들과 씨름을 하며 보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좋아하는 이 시간’에 계속 글을 쓰려한다.
이미지 출처 : Photo by Marc Klee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