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소월삼대목 96-

by 김병주

할머니가 말하길 세상은 불지옥이라 박정희 때 방직공장 품질 검사 일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할 시간도 모자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아버지의 나라가 드르륵 탁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드르륵 철컹 쾅 성당 가는 골목은 늘 어두워 별 좀 띄우려고 여공들 미싱은 잘도 도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삼립 공장과 미군 부대 뒤편으로 신부는 뒷걸음질로 다시 돌아가네 한시도 못 앉고 서서 일하다 보니 나이 먹고 일어날 수가 없는 거라 공고 나온 아들 공장 서너 달 다니더니 어머니 어떻게 이때까지 일하셨소 트럭 뒤편으로 탱크가 돌아가고 유증기가 퍼지는 동안 늘 나보다 못한 사람 보면서 이나마 살기를 감사하게 여겨 아침부터 연도 바치지 묵주기도 바치지 아들 딸 손자 손녀 주변 사람들 다 바치지 저녁까지 그칠 새가 없어 힘이 부치니 이리 힘들 줄 알았으면 수녀원을 들어갔지 요새 애들 결혼 안 하겠다는 것도 뭐라 못 한다니까 부활한 다음에는 장가도 시집도 안 간다는데 탱크가 대로변에 돌아오면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탁 철컹 유혹이 빠지지 않게 쾅 드르륵 밥 해먹은 적도 손에 꼽는 집 냉장고는 비었는데 명절날 바깥에서 기름지게 고기 먹은 가족들 입으로 삼립 케이크 다시 들어가고 신도시 가로등 따라 집집마다 불이 켜지니 다만 여기서 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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