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2

-소월삼대목 97-

by 김병주

백마를 상상해봐

전설처럼 사나운 파도의 주둥이에서 뛰쳐 나와

형형색색 남쪽의 장신구로 치장한

가장 하얀 말


검은 외투의 숲이

곳곳에 매복해 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협의가 자주 요구된다


백마는 춤을 추고 화를 내지

철 지난 유행가를 내지르던

장제사의 이마 왼편에는

편자에 맞은 흉터가 선명하네


소문은 먼저 노래로 퍼진다

개인적인 감정을 섞을 필요는 없으니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오는지

들키지 않는 게 우선이다

장신구가 빛을 잃는 밤에도

일일이 서러워하지 않게 된 말의

키가 자랄 때마다

삐쳐나오는 불편처럼 검은 털이 자랄 거야


가벼움은 피곤한 일

시간이 없으니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보안을 지키기 위해

업무 하나를 줄이기로 한다


연회색이 된 말은 다리가 불편해

도살장으로 끌려가

편자를 녹여 장신구를 만들려면

파편이 연기 속에 사방으로 튀는데


기수가 유행가를 이어 부르고

능숙하게 춤추는 이들이

자신을 뽐내는 일은 불필요하다

도처에 외투가 걸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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