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97-
백마를 상상해봐
전설처럼 사나운 파도의 주둥이에서 뛰쳐 나와
형형색색 남쪽의 장신구로 치장한
가장 하얀 말
검은 외투의 숲이
곳곳에 매복해 있다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협의가 자주 요구된다
백마는 춤을 추고 화를 내지
철 지난 유행가를 내지르던
장제사의 이마 왼편에는
편자에 맞은 흉터가 선명하네
소문은 먼저 노래로 퍼진다
개인적인 감정을 섞을 필요는 없으니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오는지
들키지 않는 게 우선이다
장신구가 빛을 잃는 밤에도
일일이 서러워하지 않게 된 말의
키가 자랄 때마다
삐쳐나오는 불편처럼 검은 털이 자랄 거야
가벼움은 피곤한 일
시간이 없으니
우선순위를 지정하고 보안을 지키기 위해
업무 하나를 줄이기로 한다
연회색이 된 말은 다리가 불편해
도살장으로 끌려가
편자를 녹여 장신구를 만들려면
파편이 연기 속에 사방으로 튀는데
기수가 유행가를 이어 부르고
능숙하게 춤추는 이들이
자신을 뽐내는 일은 불필요하다
도처에 외투가 걸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