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둠을 먹인 장작들

-자꾸만 가리봉동에서 비를 맞고 있는 아버지에게-

by 김병주

-어릴 적 당신이 하나의 꿈을 마치고 두려움 없이 다른 꿈에 머리를 기댈 수 있도록 당신의 어머니는 빌려온 이야기책을 읽어줬을까, 입으로 전해오던 노래를 불러줬을까, 그도 아니라면 다른 지붕 아래서 삯일을 하며 기약도 없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연습하게끔 했을까.



-손에 쥔 모래가 달아날 때 당신은 손을 다시 펴 남아있는 모래알을 세어보는 편인가, 한사코 주먹을 쥔 채로 모래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발을 딛고선 모래사장을 응시하는 편인가.



-낡은 공장의 벽돌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부가 타지에서 건너와 옛이야기 속 맷돌처럼 소금을 흩뿌리다 갔을까, 그리고 그들이 물을 마시고 오줌을 누기까지 몸속을 씻어준 건 그들이 마신 물일까, 물을 마신 그들의 몸일까.



-늘 돌이나 그림 속에서 꼬리를 우물대는 우로보로스를 억지로 꺼내면 속이 다 녹아내려 죽고 말 텐데, 탈출로부터 탈출하다 보면 미루는 일마저 미루고 자기연민마저 연민할 수 있을까.



-정자체로 쓰인 ‘나’라는 글자를 살펴보다, 둥근 구석 하나 없이 내려가다 꺾고, 다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가다 중간에서 갈림길로 삐져나가고 마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음을 둥글게 처리하고 모음 획도 끝까지 내렸다가 고무공처럼 툭 튀어 오르는 형태로 처리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오늘도 아침을 건너뛰고 어제와 같은 신발을 신기로 했어도 창문만큼은 조금 열고 나오기로 한 것과 연관이 있을까.



-사람들은 언제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탈까, 그리고 그 마지막을 알아차리고 페달에 발을 올리는 것일까.



-아무도 자식 잃은 어미 앞에 웃음을 줄 수 없다면, 누가 손님으로 묵고 떠나는 아침에 기타 줄을 퉁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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