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삼대목 67-
배가 고팠나, 교회 앞으로
허추룩한 노인 몇 악다구니 쓰는 주말
동네 떠나가라 울던 매미는
그 꼴 보다 못해 먼저 떠나고 말았다
내일은 또 사람을 만나니
남이 해준 밥 연습하려 거리로 나오면
늘 가던 집 늘 같은 얼굴
보리밥 반찬 오이고추 딱 하나 오르고
맞은 편 따라 시킨 막걸리
제대로 흔들 줄도 몰라 주인 손 빌리고
술기운에 씹지 않고 넘기는
이놈의 밥, 밥이, 지금 먹는데도 그리워
가소롭지 않나, 어린 새끼가
제가 김수영, 오상순, 천상병도 아닌데
남산을 올라간 적이 없으니
저 스스로 물고문을 하고 염병이구나
해 지면 길가엔 모두 노인뿐
어디선가 된장찌개가 한저녁 부글거리고
안경 너머 눈알들 안 보인다
어디선가 누룩은 더 가열차게 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