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가 알려주는 것

by jaeik

졌잘싸가 알려주는 것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매번 이길 수도 없다.

스포츠 팬들 사이에선 흔히 '졌잘싸'라는 말이 존재한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이다.

경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면 패자는 잘 싸우든, 못 싸우든 그냥 진 것뿐일 것이다.

그런데 왜 '졌잘싸'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아마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어떤 일이든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다.

좋은 과정만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확률을 높여준다. 물론 과정이 좋지 않아도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나는 승리에 과정이 필요한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야구는 9회까지 승리의 방정식을 쌓는 과정을 통해서 승리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 한 번의 홈런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안타 하나하나, 볼넷 하나하나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결과.

때로는 9회 말 투아웃에서도 기적이 일어난다. 그 기적도 결국 그전까지 쌓아온 과정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요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게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일을 맡았을 때,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반복적인 일을 할 때, 나도 멋진 결과물을 만들만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과정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의 패배가 시즌 전체의 패배가 아니듯, 우리는 지더라도 내용 있는 행위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졌잘싸'는 단순히 위로의 말이 아니다.

과정을 인정받는다는 것,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다음 기회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의 말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오늘 뭔가 잘 안 풀렸다면, 그래도 열심히 했다면,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졌잘싸."

그리고 내일을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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