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퇴근길에 나에게 해준말이 아직 선명하다.
"일을 사무실에 다 놓고 가는 연습도 해야 해"
그 한마디에 집까지 따라오려던 생각들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쉴 땐 온전히 잘 쉬는 것도 능력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고민을 많이 하는 것, 밤늦게까지 생각하는 것이 성실함의 증거라고 여겼다. 퇴근 후에도 오늘 했던 일을 되짚어보고, 내일 할 일을 미리 걱정하고, 혹시 실수한 건 없는지 계속 돌이켜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알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일을 집까지 가져가면 집에서도 쉴 수 없고, 쉴 수 없으면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또 실수를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을.
엄마의 말이 점점 와닿기 시작했다.
"일을 사무실에 다 놓고 가는 연습도 해야 해."
이 말은 단순히 일을 대충 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일할 때는 집중해서 일하고, 쉴 때는 온전히 쉬라는 뜻이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끝내고, 오늘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내일로 미루는 용기. 퇴근길에는 오늘의 고민을 사무실 책상에 두고 오는 연습.
그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아, 그 메일 답장 보내야 하는데", 차에서도 "오늘 더 하고 올걸 그랬나?", 집에 도착해서도 "혹시 실수한 건 없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퇴근할 때 책상을 정리하면서 "오늘 수고했어, 내일 다시 보자"라고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 집에 도착하면 일과 관련된 생각이 떠올라도 "이건 내일 사무실에서 생각하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밤에 더 깊게 잠들 수 있게 되었고, 아침에 더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음 날 일할 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온전히 쉰 몸과 마음은 다음 날 더 좋은 아이디어를, 더 나은 해결책을 가져다주었다.
쉴 땐 온전히 잘 쉬는 것도 능력이다.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안다. 쉬는 것도 일의 연장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위라는 것. 오늘의 피로를 내일로 가져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라는 것.
오늘도 퇴근하면서 생각한다.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냈고, 내일 할 일은 내일 하면 된다. 지금은 집에 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야구경기를 보고, 편안하게 잠들 시간이다.
그것도 내일을 위한 소중한 준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