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루틴이 만드는 하루

by jaeik

재미없는 루틴이 만드는 하루

나는 아침 9시 전후로 일어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물 한 잔과 유산균을 입안에 털어 넣고 30분 정도 멍을 때리는 시간을 가진다.

이런 패턴을 2년 가까이하다 보니 이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출근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

원래 짜인 패턴, 틀에 박힌 루틴을 좋아하지 않던 나였는데 이제는 나의 필요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일상에 루틴이 숨어 있다.

물론 이 행동이 좋아서 지속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의 몸과 마음에 예열 시간을 주고 준비하라는 신호를 주려면 어쩔 수 없이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엔 귀찮았다. 물 마시기도 귀찮고, 유산균 먹기도 귀찮고, 멍 때리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냥 바로 씻고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시간이 없으면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는 느낌이다. 마치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이 로딩되는 시간처럼, 내 몸과 마음도 하루를 위한 로딩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꾸준함은 시작의 허들을 낮춘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좋든 싫든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또 다른 어떤 일도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의 아침 루틴을 거쳐 비슷한 시간에 글을 쓴다.

아침 루틴을 2년간 지키다 보니 글쓰기도 조금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규칙적인 생활도 가능해졌다. 하나의 작은 습관이 다른 습관들을 불러온 셈이다.

재미없고 반복적인 일들의 힘이란 이런 것 같다.

당장은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내 안에 단단한 기반이 되어준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새로운 도전들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부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재미없고 반복적인 일들이 훗날의 나에게 뿌듯한 시간으로 다가오기를 바란다.

오늘도 재미없는 일들 사이에서 작은 차이를 만들어 봐야겠다.

물 한 잔, 유산균 하나, 멍 때리는 30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것들이 모여 나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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