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마운드의 끝판대장, 영원한 21번
삼성의 영원한 끝판대장 '돌부처' No. 21 오승환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등번호 21번답게 21년의 선수 생활.
그 숫자만으로도 운명 같은 느낌이 든다.
은퇴 기사를 보는 순간 씁쓸함과 공허함이 스쳐 갔다. KBO에서만 427세이브를 달성하며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를 이끌었던 나의 끝판대장이 이제 정말 마운드를 떠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강력한 돌직구를 뿌렸고, 가장 마지막 이닝에 등판해 언제나 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주었던 그였다.
9회 말, 팀이 1점 앞서고 있을 때 마운드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오승환의 모습.
상대 팀 팬들에게는 절망의 상징이었고, 삼성 팬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오승환이 나온다."
이 한 마디만으로도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팀에게는 등장만으로 남은 경기를 포기하게 만들었고, 야구팬들에게는 그가 등판하기 전인 8회까지만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의 별명이 '돌부처'였던 이유는 단순히 표정이 무뚝뚝해서가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 가장 큰 압박감이 쏟아지는 9회에도 담담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그 모습 때문이었다.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마운드에 올라 동료들의 승리에 대한 기대와 압박감을 등에 업고 묵묵히 승리를 위해 공을 뿌렸던 사나이.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9회 초 2아웃에서 상대 팀이 기회를 잡았을 때의 그 긴장감, 그리고 오승환이 등장했을 때의 그 안도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경기를 끝냈을 때의 그 환호성.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이제 9회에 그가 없는 마운드는 한동안 어색할 것 같다.
다른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도 "오승환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다. 2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선수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으니까.
그 시절 승리의 행복함과 환희를 선물해 준 영원한 끝판대장 오승환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가 있어 행복했고, 그가 있어 야구가 더 재미있었다.
이제는 마운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21번, 돌부처, 오승환.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