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꿇더라도 한쪽은 세우고

by jaeik

무릎을 꿇더라도 한쪽은 세우고

암묵적인 불안감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우리의 모든 선택에 의문표를 붙인다.

'이걸 해도 될까?'
'이 말을 해도 될까?'
'혹시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 불안감은 언제나 이런 질문들로 우리를 자기혐오의 늪에 빠뜨린다.

그래서 때로는 해야 할 말이나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회의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혹시 이상한 말 아닐까?" 하며 입을 다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지만 "귀찮아할까?" 걱정하며 연락을 미루고.

그렇게 우리는 불안 때문에 많은 기회들을 놓쳐버린다.

어릴 때는 이 불안을 완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당당하고 자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다.

이 불안감은 우리가 사람이라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라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완전히 없앨 수도, 이겨낼 수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나는 그 암묵적 불안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이길 수도 없을지도 모르니까.

대신 이렇게 생각한다.

무릎을 꿇더라도 한쪽 무릎은 세우고 꿇을 수 있다고.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불안해도 괜찮다. 떨려도 괜찮다. 확신이 서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용기, 딱 그만큼의 용기만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 작은 용기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완벽한 사람이 되려 하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 하지도 않는다.

그냥 불안해하면서도, 떨면서도, 그래도 필요한 순간에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불안감과 싸우지 않고, 함께 걸어가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

오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연습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9회 마운드의 끝판대장, 영원한 2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