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행운

by jaeik

우연을 가장한 행운

문득 내 주변의 것들이 야속해질 때가 있다.

주변 사람, 주변 환경 같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의 탓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은 순간이 온다.

"왜 다 내 편이 아닐까?"
"왜 이렇게 힘든 일만 계속 생기는 걸까?"

시간도 나의 편이 아닌 것 같은, 말 그대로 야속한 시간이 닥칠 때면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터널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걷고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 야속한 시간이 지나면 야속함을 버틴 대가로 약속했던 시간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만날 수 있었던 사람, 그 어려운 시간을 견뎌냈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나면 깨닫는다.

그래서 삶은 생각보다 우연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우리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도, 정작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지금의 직장도 우연히 본 채용공고 때문이었고,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도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고,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도 우연히 접하게 된 것들이다.

삶은 생각보다 필연보다 우연의 요소를 많이 담고 있다.

그래서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이지만, 예측할 수 없어서 더 재미있는 순간도, 더 행복한 순간도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우연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고,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더 감동적인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

지금 야속한 이 순간들도 언젠가는 좋은 우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과정이라고.

힘든 시간을 견디는 것도 다음에 올 행운을 위한 준비라고.

나는 나에게,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우연을 가장한 행운이 더 많이, 더 자주 찾아오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는 그 우연적 행운을 위해 주변 사람에게 인색하지 않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좋은 우연은 좋은 사람들에게 더 자주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주면,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가 나에게 따뜻함을 줄 것이고.

내가 누군가의 힘든 시간에 함께해 주면, 언젠가는 나의 힘든 시간에도 함께해 줄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도 아마 우연처럼 찾아올 것이다.

오늘도 작은 친절 하나, 작은 배려 하나가 언젠가는 우연을 가장한 행운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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