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맨 만큼 내 땅이다

by jaeik

헤맨 만큼 내 땅이다

헤맨 만큼 내 땅이라는 말이 있다.

정답을 찾으라 불안했던 시간도, 길을 잃었다고 느꼈던 순간도 모두 내 삶의 일부였다. 헤매기만 했던 그 길들도 나를 위한 길이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헤매는 것은 나쁜 것이고, 길을 잃는 것은 실패라고 생각했으니까. 빨리 정답을 찾아야 하고, 최단거리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더디고 절뚝여도, 돌아가고 헤매도, 그 모든 과정이 내가 해낼 수 있는 땅을 넓혀준다는 것을.

대학교 전공을 정할 때도 헤맸다.

남들은 다 확실한 꿈이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겠어서 불안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바꿔보고, 또 고민하고. 그때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첫 인턴을 할 때도 헤맸다.

다른 사람들은 척척 해내는 일도 버벅거리고, 내가 뭘 잘하는 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었다. 친구들은 벌써 다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나만 뒤처진 기분이었다.

지금 하는 일도 처음에는 서툴렀다.

실수도 많이 하고, 모르는 것도 많고, 때로는 "내가 이 일에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 모든 헤맴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전공을 정하며 헤맨 시간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생겼고, 아주 기본적인 일도 처음엔 헤맨 경험 덕분에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일하며 헤맨 과정 덕분에 실력이 늘고 경험이 쌓였다.

돌아보니 헤맨 시간이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헤매지 않고 바로 정답을 찾았다면,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과연 지금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

이제 이 말의 의미를 안다. 헤맨 시간만큼 내가 경험한 것들이 쌓이고, 그 경험들이 내가 설 수 있는 땅이 되어준다는 것을.

지금도 여전히 헤맬 때가 있다.

이 선택이 맞는지,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불안해하지 않는다.

헤매는 것도 전진하는 것이고, 돌아가는 것도 성장하는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금 헤매더라도 괜찮다.

그 헤맴마저도 내일의 나를 위한 소중한 땅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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