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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물결이었을 때 나는 언덕이라 했다

수평선 구도 잡고 사랑을 덧칠한다.저물녘 가슴 적시는 점 하나를 남긴다.

by 정유지

수평선 구도 잡고 사랑을 덧칠한다

해풍을 묽게 풀어 여백을 채운 파도

저물녘 가슴 적시는

점 하나를 남긴다

-정유지의 시, 「섬」 전문

오늘의 화두는 '인연의 소중함'입니다. 인연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섬」을 통해 이를 확인해 봅니다.


"당신이 물결이었을 때 나는 언덕이라 했다

당신이 뭍으로 부는 따스한 바람이고자 했을 때

나는 까마득히 멈추어 선 벼랑이라 했다

어느 때 숨죽인 물살로 다가와

말없는 바위를 몰래몰래

건드려보기도 하다가

다만 용서하면서 되돌아갔었노라 했다"

- 도종환의 시 「섬」 일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나와 연결된 많은 존재들이 실상은 '소중한 인연'으로 맺은 관계임을 도종환 시인은 어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귀한 존재이지요. 그런데 그 귀함을 현재가 아닌 나중에 깨닫게 된다는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결과 언덕의 숙명적 만남은 인연의 연결고리 중에서 최고의 시작일 것이며, 뭍으로 부는 따스한 바람과 벼랑의 만남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조우이지요.


섬을 에워싼 바다 끝 파도처럼 섬일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이웃, 따뜻한 가슴의 내 우군처럼 묵묵히 바라보며 성원하는 나의 또 다른 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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