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 내리는 비 / 정유지

가슴 다 묻으면서 새벽을 일궈낸다 더운꽃 더운몸 비벼 자릴 트는 벼처럼

by 정유지

철원에 내리는 비


정유지

바람이 절룩대며

달려온 철원평야

황톳빛 숨통 틔운

한 줌의 씨 뿌린다

남과 북 혈맥을 잇듯

뿌리뿌리 소곤댄다


궁예가 숨죽이며

먹던 보리 이삭 따라

등줄기 꽃 핀 분노

말끔히 쳐내면서

어울려 별빛 어울려

허리 꼿꼿 펴는 밤

유실된 지뢰 밟은

가족사 슬픈 내력

가슴 다 묻으면서

새벽을 일궈낸다

더운 꽃 더운 몸 비벼

자릴 트는 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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