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의 창

순수의 시대는 서정시의 상징이다.

혹한의 얼음도 부드러운 봄볕에 녹아내린다. 지상의 풀잎은 순수의 결정체다

by 정유지

잊혀지면 가슴속에 새기는 그런 일을 반복하는 저 둥근 지구 자전축 아래로 초록빛 절망의 그림자가 휘어지고, 채 맺히지 못한 이슬처럼 서울의 거리를 달라붙는 오늘의 속성, 그러나 물방울 튕기듯 새들이 날아간다아, 한강은 투명한 벽유리를 흔들며 춤을, 깊은 춤을 춘다아, 다시 물안개는 거대한 슬로우풍으로 청담동 어디쯤 육상한다아, 사람의 외로움도 끝물이 들면 무서워지듯 하구에는 서러움이 퇴적되고 떠는 창백히 떠는 풀잎들 더 이상 부서질 수 없는 지상의 마지막 순결로 우리 다시 만나리, 햇살 내려앉은 긴 방죽의 풀잎들은 눈빛 서린 메시아가 불탄다 지상의 마지막 순결로 서울을 불태운다

- 정유지의 시 「백로白露」 전문


오늘의 화두는 ‘순수’입니다.

순수純粹는 대상 그 자체에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이 없음을 말합니다. 순수는 순결을 매개체로 완성됩니다.

인용된 시는 24 절기 중 하나인 ‘백로白露’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백로는 이슬이 처음 풀잎에 맺히는 날이지요. 아주 작은 물방울인 이슬이 지상의 동물이나 식물들에게 삶의 생명수가 될 수 있지요.

그리움의 작은 결정체가 되어 세상을 온통 아침햇살의 눈부신 에너지를 담아내며 사랑의 테마로 불태우지요. 순수의 시대는 서정시의 상징입니다. 혹한의 얼음도 부드러운 봄볕에 녹아내립니다. 지상의 풀잎은 순수의 결정체입니다.


아침이 오면, 그리움이든 하고자 했던 열정이든 모두 모아서 행복의 힐링(Healing) 이 가득한 곳을 찾아 모든 걸 내려놓고 잠깐만이라도 스스로와 이웃에게 환한 미소와 배려의 선물을 줄 수 있는 백로 같은 시간 되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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