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 행인이 비교적 적은 시장에 수척하고 형형색색의 하지만 남루한 복장을 갖춘 어릿광대가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어릿광대가 생각하기에 시장의 복판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그는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곳에서 즉석으로 자그마한 판을 깔고 설치기로 하는 것 같았다. 사주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자발적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목적을 지니고 언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행인들은 추정했다. 몇몇 권태로움을 느끼던 인간들은 주저하는가 싶더니 이내 호기심을 느끼고 어릿광대가 있는 복판으로 시선부터 시작하여 신체까지 움직이고 있었다.
선량한 소수 군중의 도움을 받아서 어릿광대는 수 척은 되는 것 같은 사물 근처에서 분주하게 설치고 있었다. 그의 언행은 구술하는 대신에 행위가 더욱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호기심이 덩달아 생긴 군중들은 사물을 어릿광대가 뛰어넘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고 그러한 사실은 구현되고 있었다.
어릿광대의 복장이 나풀거리고 있었다. 도약 그리고 실패 또 다시 도약 그리고 실패 재차 도약 그리고 실패를 거듭했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고 어떤 인간은 박장대소를 어떤 인간은 호령하고 있었다. 와중에는 오물을 어릿광대에게 투척하는 인간도 있었다.
서서히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석양녘이 지났다. 여전히 시도하고 있었고 여전히 실패를 했다. 이제 극소수의 인간들만 주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릿광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풍이 그를 스쳐서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의 인간들은 일시적으로 고요했다. 어릿광대는 고개를 대지로 향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 이내 활짝 웃더니 재차 시도를 하고 있었다. 실패는 여전했다. 인내심이 있었다고 여겨지던 인간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짙은 어둠이 도래했다. 갸륵한 어릿광대는 어리석을 정도로 포기를 모르고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가 잠시 쉬는 사이에 어떤 인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즉 그는 상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어릿광대가 바라보는 대상은 작달막한 중년으로 추정되는 여성이었다. 어릿광대가 주시를 했던 이유로 추정되는 것은 그녀가 나지막하게 통곡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릿광대는 그제서야 무대를 정리하기로 했다. 선한 행인들이 재차 도움을 건넸고 어릿광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을 표했고 상대는 어릿광대의 복장을 보고 어리둥절하게 느꼈으나 이내 개의치않기로 작정하고 기꺼이 선심을 베푸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사이에 중년의 여성은 자취를 감췄다. 어릿광대는 이제는 인간들이 없는 시장의 골목을 빠져나가서 호젓한 골목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만일 어떠한 인간이 그렇게 걸어가는 모습을 어릿광대의 시선을 기준으로 배후에서 목격을 했더라면 그의 슬픔이 목격자 본인에게 전이가 될 정도로 구슬프게 보였다고 감히 발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