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로 기억을 한다. 상대는 당근 나눔을 통해 만났다. 나는 인간에게 비교적 다가가지 않는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오히려 회피하는 편인데 상대는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비교적 이른 시간에 우리는 상대의 노력에 의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상대는 나보다 연상이며 이성에 속했다.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서 느낀 점은 상대가 꽤 심원한 사유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 어떤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의 깊이가 있는 사유가 그저 좋았다. 이후 시나브로 인간까지도 좋아지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내게 극히 드문 편에 속했다.
6걔월 정도 만남을 지속했다. 정이 쌓였다. 나는 종종 노골적으로 욕구를 상대에게 드러냈는데 상대는 그러한 경우마다 불편한 기색을 내게 넌지시 표현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모질게 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꺼져버렸다. 늘 먼저 연락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이러한 경우를 보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꼬여버린 매듭이 자연스럽게 풀리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심각성을 인지했으며 반성을 했다. 이후 간만에 내가 먼저 연락을 건넸을 때 상대는 꽤 냉정하게 느껴졌다. 통화를 했을 때 목소리는 차가웠고 가히 인간 자체가 냉혹하게 느껴졌다!
모르겠다. 상대가 나의 과오를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한 사실은 내 능력이 미치는 범위의 밖이다. 확실한 사실은 나는 현재까지 반성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면? - 상대와 재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재회를 하겠는가? - 나의 대답은 즉각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왜? 나는 그녀에게 용서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면 즉 재회는 또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대면을 한 뒤 용서를 빌고 싶은 심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