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에 동창생이 결혼을 했다. 당시 나는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었다. 금전적으로는 여유가 없었다. 상대에게 이전까지 일절 연락이 없다가 결혼 관련 소식을 내가 접했을 때 상대방의 의도를 비교적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나는 상대방이 가증스럽지는 않았으나 죄책감은 들었다.
손편지를 작성해서 우표를 편지지에 붙이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현재 또는 당시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아마도 상대방은 편지를 받고 마냥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질이 만능인 사회에서 고작 편지라고? 상대의 입장에서는 가당치 않게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합리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을 하기로 했다. 상대가 편지를 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에 있어서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