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있다. 어떤 문. 나는 문 앞에서 서성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근처에서 가끔 문을 바라본다. 이내 내가 할 일을 한다. 문은 굳게 닫혀있지는 않다. 달리 말하면 언제든지 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문을 열지는 않는다. 굳이. 아마도 문 너머에는 어떤 인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짐작을 한다. 인간만 낼 수 있는 소리가 내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문을 열고 저곳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고 문을 그저 가끔 바라보기만 한다. 따로 건드리지도 않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