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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난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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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현

어떤 남자는 과거에 십자가를 산산조각 낸 이력이 있다. 그 남자는 십자가를 부러뜨림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이 뭐라도 된 것 마냥 행세를 실제로 했다. 하지만 십자가는 신이 아니라 하나의 사물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사물은 아니다. 어쨌든 어떤 남자는 십자가을 부러뜨렸고 조각난 파편들을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떤 곳에 모아놨다.

어떤 남자는 불현듯 깨달았다. 그리고 자기가 모은 조각들을 재차 찾았다. 어떤 남자는 말없이 조각들을 다시 이어서 붙였고 마침내 십자가가 하나 완성이 되었다. 어떤 남자는 과거의 만행을 반성하면서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어떤 인간의 발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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