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주간에 목을 잘랐다. 나의 목을 잘라서 목숨을 내놓고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어떠한 사물에 마치 의탁을 하듯이 몸을 신체를 일부를 혹은 전부를 전체를 맡겼다. 부탁했다. 의지했다. 내던졌다. 속도감이 느껴졌다. 목이 잘렸는데 나는 살아있다. 혹은 그러고 있었다. 사물이 멈췄다. 나는 맡겼던 목을 찾았다. 그 전에도 목은 있었다. 목은 있다. 나는 걷고 또 걸었다. 걸었다.
난데없이 아니 이전부터 낯선 남성이 있었다. 혹은 보였다.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시야에 있었다. 있었던 것 같다. 있던 것 같다. 시야에서 보였다. 보면서 갔다. 걸었다. 눈 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다. 나와 방향이 가까웠지만 멀었다. 나와 거리가 멀게 느껴졌지만 꽤 가까웠다. 하늘에는 분간할 수 없는 사물이 날라다니고 있었다. 새는 아니었다. 새의 형상을 닮기는 했다. 전투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비행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문득 바다를 보았다. 바다가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강을 보았다. 강을 봤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바다인지 강인지 물인지 모르겠다. 내 눈 앞에 인간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 눈 앞에 낯선 남성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낯선 남성을 멈추지 않고 따라가지는 않았지만 방향 혹은 목적지가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는 이윽고 헤어졌다.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좌회전을 취했다. 좌측을 가야만 했기 때문에 좌측으로 갔다. 움직였다. 이동했다. 몸을 내던졌다.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었다. 어느 특정 사물이 근처에 많은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나는 그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숨을 돌렸다. 바지를 내렸다가 올렸다. 음료를 마시다가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왔던 지나왔던 지났던 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무사히 무탈하게 복귀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또 다시 목숨을 내놓고 즉 목을 자르고 내 손으로 직접 맡긴 뒤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사물을 통해서 이동을 거듭했고 도착을 할 수 있었다. 피곤했지만 생각보다 무난하게 무탈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었다. 경험은 그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