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킬거리며 웃었다. 웃음을 만면에 드러내고 있었다. 노인이 그랬다. 젊은 여성이 그랬다. 늙은 여성이 그랬다. 청년이 그랬다.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나는 어떤 여자를 지나쳤다. 아까 언급했던 그러한 여자를 지나친 것 같았다. 지나쳤다고 할 수 있었다. 지나쳤다. 분명하게! 그런데 어느 새 상대는 또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익숙한 인간도 나타났다. 익숙한 인간은 중년의 남성이라고 지칭하고 싶다. 중년의 남성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급박한 상태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셋이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마치 참새처럼 지저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경황이 없어서 모든 것을 관조하려고 했지만 정작 관망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행위도 그렇게 했다. 그런 방식으로 했다고 할까-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처럼 중년 남성은 매우 다급한 상태로 느껴졌거나 보여졌다. 적어도 주관적으로 느끼기에는 그랬다. 상대는 여유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여자는 젊은 여자는 늙은 여자는 숙녀는 노파는 지저귀는 언어를 멈추지 않았다. 재잘재잘- 또 다른 비교적 젊은 남성은 별 말이 없었다. 별다른 행위도 시전하지 않았다. 마침내 경찰에 쫓기는 것처럼 보였던 남자는 종적을 감췄는데 이후로 그 중년 남성을 볼 수 없었다. 그 날은 말이다. 새가 공중으로 날아가듯이 혹은 공중 사이로 날아가듯이 여자도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결국 남은 것은 본인 그리고 비교적 젊은 남성이었다. 무언가 그제야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풀리는 긴장감으로 인해서 신체가 피곤하기는 했지만 해결된 것은 정작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괜히 짜증이 치밀어올라도 이상할 것 없었던 것 같은데 정작 감정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