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by 고대현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찌들어 있거나 짓눌려진 상태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인간을 본 적이 있을까? 이러한 인간은 언제나 혼자이기 때문에 쉽사리 볼 수 없다. 그리고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보기가 어려우며 늘 고독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분주하기 때문에 더욱 더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유형의 인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금일 주간에 있었던 일이다. 밖이 갑자기 시끄러웠다.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았고 신경을 쓰려고 하지도 않았다. 어쩌다가 한 번 시끄러운 경우야 다반사 나하고 상관이 전혀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순간 머리를 스쳐서 지나가는 생각은 과거에 있었던 경험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별로 나이가 많지는 않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여전히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나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자위를 하고 있었다. 밖은 시끄러웠고 밖이 아닌 곳은 고요한 편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노파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나는 노파의 목소리에 반응을 하고 있었고 내 주변에 있던 인간도 반응을 했으나 시큰둥했다. 그리고 내가 좀 더 발걸음을 재촉했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려고 행위를 했다. 대화 자체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며 대화가 통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인지하고 있었으나 그저 시시콜콜한 대화의 주제가 또 이루어질 것 같은 참담함에 고개를 숙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고 나는 맨 발에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중년의 남성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인간이 중후한 자세를 취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분주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일까? 정신이 없었다. 주변에 일어났던 나하고 전혀 상관이 없었던, 관심이 없었던 상황들을 분주하게 정리하고 파악을 하는 동안 내 눈 앞에 있는 중년의 남성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것처럼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잠시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나의 생각은 차치하더라도 나하고 상관이 전혀 없을 것 같았던 인간이 상관이 있게 된 경우 머릿속이 복잡하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중년의 남성은 여전히 뭐라고 떠들다가 이내 자그마한 종이를 마련해서 나에게 건네고 있었고 나는 그 종이를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종이에 쓰여져 있는 일상이 가득한 내용으로 담긴 글이 나를 사로잡지는 않았다. 익숙한 숫자들이 적혀져 있었고 중년의 남성은 이후 재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노파는 나에게 더욱 더 대화를 시도하려고 발악을 하는 듯 했으나 나는 형식적인 대화 따위는 질색인 인간이라 얼른 노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다가도 어느 정도는 장단을 맞춰야 피곤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망상 하에 장구를 쳐주고 이내 완전하게 탈출을 할 수 있었다. 중년의 남성은 완전하게 시야에서 사라졌고 노파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또 다시 고요함이 찾아오게 되었다.

일살적인 평온함이 깨진 순간 매우 불쾌함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격분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다. 약간 귀찮은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노파도 중년 남성도 사라지고 나서 나는 또 다시 종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액 따위가 수치로 적혀져 있었고 지불해야 하는 마땅한 금액을 노파는 이전에 나에게 전해준 기억이 스멀스멀 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의 수중에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내 삶과 실질적으로 영향권에 있으나 영향권을 행사하지 않는 인간이 나에게 다가와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고 나는 그러한 인간에게 뭐라고 자세하게 설명을 시도하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그냥 종이를 던져주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던 그 인간과 나의 간극 사이에서 나는 한 번 더 이 순간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간극을...!

이후 마땅한 자리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책을 들으려고 시도했다가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책이 의미가 있을까? 당장 입에 들어갈 음식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도래해야 하지 않을까? 과거에는 그렇게 열심히 사색을 하지 않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가난할까? 그 당시에도 가난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것이 정녕 의미가 있을까? 가난한데? 여유가 없는데? 금전적인 여유는 더욱 더 없는데? 고개를 돌릴 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지 않은 인간인데? 마땅하다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정녕? 이런 식으로 나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고 지속적으로 상처를 입었고 지속적으로 상처를 입혔지만 어느 하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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