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다른 인간도 아닌 본인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 인접한 인간을 짓밟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슬프다. 괴롭다. 외롭다. 우울하다. 적적하다. 나는 타인을 밟으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몰락한다. 나는 타인을 경쟁의 상대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으로 가치를 부여한다. 가끔 내게밟히는 인접한 위치에 있는 타인들은 내게 울부짖는다. 나는 당신에게 밟힐만한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나는 그들을 밟을 권리가 없다. 자격이 없다. 그렇다면? 일종의 자격의 박탈, 나는 오히려 그들에게 밟힌다. 그들은 나를 밟는다. 나는 지렁이처럼 밟혀도 꿈틀대지도 않는다. 그저 몸을 숨긴다. 그저 어둠으로 향한다. 그저 구석으로 향한다. 그저 짐승으로 변모한다. 그저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서 나는 고개를 여전히 숙이고 있다. 증오한다는 것, 내 과거는 그랬다. 현재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증오의 깊이가 옅어졌다는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 달라지는 것은 없을까? 나는 아직 더 고개를 숙여야만 하지 않을까? 아직도 오만하지 않을까? 아직도 교만하지 않을까? 아직도 거만하지 않을까? 아직도 나는 멀지 않을까? 아무리 가도 그 곳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일까? 낙원을 바라지는 않는다. 주어진 현실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한 본인에게 낙원은 없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말씀을 들었다. 존재를 인지했다. 너무나도 늦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고개를 숙이려고 노력을 가한다. 나는 타인을 짓밟고 타인에게 짓밟히기도 했었던 혹은 현재의 모습이지만 그들을 증오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최우선인 것 같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개념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적용을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